12·3 계엄령 사태 후폭풍이 연예계로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가수 임영웅, 김이나 작사가 등이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일부 발언으로 인해 비판 세례를 받으면서다. 누리꾼들이 스타들의 정치적 성향을 추측하며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는 관련 흐름이 자칫 ‘사상 검증’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연예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임영웅 ‘DM 논란’ 5일째 계속
임영웅은 7일 자신의 SNS에 반려견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고 다그치는 SNS 다이렉트 메시지(DM)에 임영웅이 “내가 정치인이냐. 목소리를 왜 내냐”고 답장한 내용이 캡처 형태로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졌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의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무례하게 정치적 목소리를 요구한 것이 잘못’이라며 임영웅을 옹호하는가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편에서는 ‘정치인만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맞물려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컴퍼니 측의 해당 논란에 대한 ‘불통’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소속사는 11일 오후까지 닷새째 침묵을 유지하면서 DM의 진위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파장만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임영웅은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 ‘임영웅 리사이틀’을 앞둔 만큼 무대에서 심경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일부 소속사는 ‘SNS 사용 최소화’
김이나와 데이식스 도운 등도 불똥을 맞았다. 김이나는 과거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일베에 들어가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MBC 라디오프로그램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하차 요구가 줄을 잇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데이식스 도운도 예비군 훈련 후 군복 바지를 입은 채 드럼을 치는 영상을 SNS에 게재했다가 ‘군인을 앞세웠던 계엄령 사태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애꿎은 의심을 받아야 했다. 결국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사실무근인 루머의 양성, 악의적 비방 등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후에야 논란이 잦아들었다.
이처럼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일부 소속사는 아티스트들에게 당분간 SNS와 팬 소통 플랫폼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관계자는 11일 “별 뜻 없는 발언으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라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다. 괜히 게시물이라도 올렸다가 ‘눈치 없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면서 “팬들과 한창 연말 인사를 나눠야 할 땐데 이런 긴장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