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돌풍' PBA 프로 김영원, "내 당구 스승이 유튜브? NO!...당구 선생님은 바로"

입력
2024.06.28 11:58
수정
2024.06.28 11:58
16세 김영원이 프로당구 투어판을 뒤흔들었다. 그가 세운 최연소(16세) 결승 진출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유튜브로 당구를 배운건 아니에요. 당구 선생님은 따로 있죠."

"제2의 이상천, 제2의 조명우라는 말은 너무 과한 칭찬이에요. 하지만 제 진짜 꿈은 누군가가 제2의 김영원이 되면 좋겠어요."

'PBA 최연소 돌풍'을 일으킨 김영원(16)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등학교 2학년 또래의 김영원은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6살이다. 16세의 프로 당구선수도 전무후무하지만, 16세에 프로당구 PBA 투어 결승에 오른 선수로도 유일하다. 아마도 이 기록이 깨지기는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즌 1부 투어로 승격된 김영원은 프로당구 1부 정식 데뷔전인 올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결승전에서는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상대로 먼저 1세트를 15:4로 선취했으며, 3세트에서도 5:12로 지고 있던 김영원은 7이닝에 하이런 9점을 몰아치며 15:13으로 승리해 헐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헐크' 강동궁을 상대로 결승전 1세트를 선취한 김영원은 3세트에서도 하이런 9점을 몰아치며 세트스코어 2-1로 강동궁을 리드했다.

결승까지 가는 길목도 험난했다. 128강 첫판부터 '베트남 강자' 응우옌득아인찌엔(크라운해태)을 만났고, 64강에서는 지난 시즌 '휴온스 챔피언십' 공동3위를 차지한 이상용을, 32강에서는 '튀르키예 강호'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를, 16강에서는 김영섭을, 8강에서는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득희(에스와이)를, 준결승전에서는 '주니어 세계3쿠션챔피언' 출신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를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김영원의 장타율이 빛을 봤다. 특히 준결승전 하샤시와의 대결에서는 세트 초반 주도권은 하샤시에게 빼앗겼지만 번번이 장타 한 방으로 스코어를 뒤집고 역전승으로 네 세트를 모두 차지했다. 매 세트 7, 8, 5, 10점의 장타를 기록했다.

장타 비결로 김영원은 '속도 배합과 뒷공'을 꼽았다.

"장타율이 높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막상 경기가 끝나고 보면 장타가 많아서 놀랐어요. 장타로 연결하기 위해서 속도 배합이나 뒷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수준이 이전보다 좀 높아진 것 같아요."

'깜짝 스타' 김영원은 사실 이미 '준비된 스타'다. 중학교 3학년 때 프로당구 PBA로 이적한 김영원은 중학교 2학년 때인 2021년 열린 전국대회에서만 4번의 입상을 달성했다.

2021년 4월 열린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 중등부 우승, 8월 열린 경남고성군수배 초중등부 공동3위, 12월 열린 제16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중등부 우승, 전국종별학생당구선수권대회 중등부 우승 등 그 중 우승만 3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큐를 잡은 후 2년여 만의 성과였다.

"1차 투어 때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2차 투어가 부담되긴 해요. 하지만 이만큼 올라왔으니 다른 목표를 세워서 다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일단 이번 2차 투어는 8강 진출이 목표에요."

다음은 김영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김영원.

16살에 3,400만원을 벌었다. 상금은 어디에 쓸 계획인가?

내가 3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게 어린 학생 선수들에게도 희망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주위에서 도움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고, 우리 가족 건강검진도 받고 싶다.

학생선수로 잘 활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PBA로 넘어왔다. 이유가 있나?

경험을 많이 쌓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당구연맹에서는 대회가 거의 없던 때였는데 PBA에서는 계속 시합이 열리고 있어서 PBA에 오게 됐다.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프로 선수를 선택한 의미를 두자면?

고령화된 당구 스포츠의 세대교체를 하고 싶었다. 당구가 오래 스포츠로 남았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에서 PBA를 선택한 이유도 있다.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빠하고 같이 컴퓨터 게임하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가끔 아빠가 나 빼고 혼자 당구장에 가시길래 한 번 따라가 봤다. 그때 처음 당구를 쳐봤는데, 재밌어서 계속 치게 된 것 같다. 당구 처음 배우고 3달 만에 전국대회를 나갔는데, 내 또래 초등학생 선수들이 6, 7명이나 있었다.결승전에 앞서 뱅킹 준비를 하는 김영원과 강동궁.

당구의 어떤 점이 재밌나?

잘 맞을 때 더 집중하는 재미도 있고, 잘 안될 때 풀어나가는 것도 재밌다.

원래 꿈은 뭐였나?

우리 또래들은 다들 게임을 좋아해서 나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다. 우리 동네에서도 잘하는 편이었고, 학교에서도 내가 제일 잘했다.

사람들이 김영원을 '제2의 이상천', '제2의 조명우'라고 부른다. 별명 마음에 드나?

너무 과한 칭찬이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제2의 누군가가 되는 것보다 누군가가 제2의 김영원으로 불렸으면 더 좋겠다.

롤모델로 삼을 만큼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가 있나?

우리나라 선수 중에서는 조재호 선수. 내 우상이기도 하고,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멘탈적인 걸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 외국 선수 중에서는 딕 야스퍼스 선수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대회에서도 만나보고 싶다.준우승 시상식에서 부모님과 사진 촬영 도중 결국 울음을 터트린 김영원.

당구는 누구에게 배웠나? 김영원의 당구 스승은 유튜브라는 소문도 있다.

그건 아니다. 첫 나의 당구 선생님은 당구선수는 아니었지만, 동호인 중에서 되게 잘 치시는 이민수 선생님이셨고, 이후에 해커 삼촌에게도 조금 배우고, PBA 1부 투어에서 활동한 이태현 선수에게도 배웠다. 유튜브 영상 중에서는 김병호 선수가 알려준 더블 쿠션에 관한 영상이 도움이 많이 됐다.

비시즌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 잠깐 사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연습하는 환경이 바뀌어서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저녁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 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다.

달리기가 당구에 도움이 됐나?

많이 됐다. 시합에 나가면 다리가 떨리기도 하는데, 그게 많이 줄었다.

이번 개막전은 만족스러웠나?

이번 대회는 솔직히 운이 컸다. 그렇게 치면 져야 하는 경기도 있었다. 상위권 선수들하고 치면 운으로만 이기기가 사실 힘들다. 그걸 앞으로도 많이 느껴보고 싶고, 부딪혀보고 싶다.

결승전에서 강동궁을 처음부터 밀어붙였다. 비결이 뭔가?

나만의 순수한 당구를 구사해서 초반에 좀 잘 치고 나갔던 것 같다. 공도 초반에는 좀 잘 받았는데, 가면 갈수록 힘들게 주시더라.김영원이 결승전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장타가 많았다. 장타율이 높았던 비결은?

높은 줄 몰랐는데, 경기가 끝나고 보면 높더라. 일단 속도 배합이나 뒷공을 생각하는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이번 시즌 PBA 팀리그 드래프트에서 팀 지명을 못 받았는데, 좀 아쉬운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팀에서 왜 나를 안 뽑았는지 후회하도록 보여주고 싶다.

어떤 당구선수가 되고 싶은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1차 투어에서 너무 잘해서 2차 투어가 부담되지 않나?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이만큼 올라왔으니 다른 목표를 세워서 더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2차 투어는 8강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는 팬들과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아빠한테 너무 고맙고, 우승했으면 우승 소감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앞으로도 쭉 가자!

(사진=이용휘 기자)<저작권자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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