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LG 감초 정인덕, 은퇴와 번복, 연습생 그리고 붙박이

입력
2024.08.08 07:24
수정
2024.08.08 09:25
[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이번 달에는 데뷔 후 은퇴와 현역 군 복무, 은퇴 번복 후 연봉 인상률 157.1%를 경험한 뒤 L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정인덕(196cm, F)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16년 드래프트 전체 16순위 선발

우리 학년에 잘 하는 선수들(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등)이 워낙 많았다. 제 예상에는 잘 하면 1라운드 후반, 2라운드에서는 뽑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라운드 후반 예상은 제 욕심이었다. 높은 순번에 뽑히면 좋아서 그랬다. 앉아 있을 때 떨렸다. 중앙대 동기인 박지훈(6순위), 박재한(13순위)이 먼저 뽑혔다. ‘나는 언제 뽑히지?’, ‘안 뽑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좋기도 하면서 떨렸던 마음이 더 컸다.

전환점이었던 양형석 감독 중앙대 부임

대학 1,2학년 때는 잘 하는 형들 전성현 형이나 이호현 형 등이 있어서 제가 뛸 자리가 없었다. 양형석 감독님께서 오신 뒤 저희를 이끌어 주셨다. 농구를 잘 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대학 때는 그냥 열심히만 했다.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했던 걸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기회를 주시지 않았나 싶다. 3,4학년 때 우리 스스로 지훈이, 재한이와 새벽훈련을 자처하고, 야간에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018년 10월 갑작스러웠던 은퇴


학생 때는 경기를 못 뛰어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프로에 가면 ‘당연히 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다. 프로라는 곳에는 잘 해서 온 형들이 있다. 그러니까 (경기를 못 뛰어서) 진짜 많이 힘들었다. ‘내가 이 정도인가’ 이런 마음이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제가 많이 부족했던 거다. 너무 힘들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 같고, 철도 없었다. 그래서 (은퇴하고 구단을) 나간 거다. 구단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되겠냐’고 했었다. 그 당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다시 농구공 잡은 이유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할 때 처음에는 (다시 할 마음이) 없었는데 제대가 다가올수록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해왔던 거라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제 발로 나온 거라서 다시 들어가기로 마음먹는 게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다시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도 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어쨌든 되든 안 되든 ‘이야기를 해보자’며 국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한 번 만나보자’고 말씀을 해주셨다. 구단에서 잘 받아 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2021년 복귀 전 연습생 신분

구단에서 경기를 몇 번 본 뒤 체육관에서 (연습생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처음에는 이상한 느낌이 컸다. 다시 들어갔을 때 그냥 들어간 게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었다. (농구를 그만둔 뒤) 동호회 농구를 조금 했는데 그 외에는 농구를 한 적이 없었다. 군대에서는 시멘트 바닥이어서 (농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체육관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했다.



2021년 12월 25일 복귀 경기


홈 경기였다. 데뷔 경기 상대도 똑같은 DB였다. 팬들께서 좋아해 주셨고, 그곳에 선다는 게 떨리기도, 설레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이 컸다. 여기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신기했던 날이다. 은퇴했다가 돌아왔는데 제가 해왔던 농구가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제일 편했다. 몸이 힘들기는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걸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했다.

최저 연봉에서 인상률 157.1% FA 계약

너무 감사한 마음이 컸다. 힘들게 다시 돌아와서 뛴 것도 감사한데 구단에서 저를 원하는 게 정말 감사했다. (2023년) 첫 FA였는데 되게 좋았다. 연봉(3500만원→9000만원)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먼저 계약기간(3년)도 제시해 주셨다. LG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고, 구단에서 다시 받아줬다. 감독님, 코치님도 저를 많이 좋아해 주셨다. 다른 구단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그래도 LG에 남고 싶었다(2024~2025시즌 보수는 1억 1000만원).

3점슛 그리고 수비

슈팅을 많이 쐈다.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말에도 나가서 훈련하며 감각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조상현 감독님은 수비 전술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그걸 계속 생각을 많이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 뒤 경기에 임했다. 생각을 많이 하니까 그런 게 좋은 모습으로 나오고, 눈이 트였다. D리그도 경기를 뛰니까 경험치가 쌓였다. 다시 돌아왔기에 D리그나 정규리그나 저에게는 소중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집에서는 경기 영상도 많이 봤다.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는 조언

제가 그럴 위치는 아니다. 부정적으로 생각을 안 하는 게 좋다. 몸으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성실하면 성실한 만큼 그 대가는 반드시 온다. 부정적인 생각, 예를 들면 ‘이건 하기 싫다’, ‘이건 안 해도 되지’ 이런 마음들을 없애면 좋다. 쉽지는 않다. 저도 은퇴를 번복하며 몸으로 경험했다. 옛날에는 저도 부정적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농구 할 때 꾀를 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게 성실성이다. 해야 할 게 있다면 그냥 하면 된다. 개인 훈련이나 추가 훈련을 하면 힘든데 그 힘든 것조차 감사한 거라고 생각한다. 농구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선수도 많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BONUS ONE SHOT

정인덕이 프로 1,2년 차로 돌아간다면?


경기 뛰는 선수들을 보면 멋진 선수들이 많으니까 나도 경기를 뛰면 잘 하고, 멋진 선수가 되고 싶었다. 예를 들면 김선형 형 같은 느낌이었다. 제가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프로에 오니까 출전선수 명단에도 못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충격이 컸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면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농구 쪽으로 생각을 하면서 팀이나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농구를 하겠다. 아무래도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 훈련도 무작정 하기보다 효율적으로 생각하면서 할 거다. 저는 농구를 알고 하거나 잘 하는 선수가 아니고 열심히만 했다. 지금 이런 마음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훈련할 수 있다. 팀 훈련을 하더라도 좀 더 생각을 하고, 예를 들어서 시키는 것만 하기보다 시키는 게 없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고, 훈련할 때도 무작정 슛만 던지기보다 어떤 상황일 때 제가 슛을 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서 슈팅연습을 할 거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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