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선수가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활약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득점으로 말하는 공격수가 시즌 내내 40골을 넣어도 발롱도르 10위권에 드는 것조차 힘들다.
과거 토트넘을 대표했던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말한 토트넘의 암울한 현실이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TNT 스포츠'의 21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케인은 22일 알바니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1차전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롱도르 수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한 첫 시즌에도 모든 대회에서 40골 이상 넣으며 유러피언 골든슈(유럽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상)를 수상했지만, 정작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이 무관에 그치면서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트로피를 바이엘 레버쿠젠에 넘겼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각종 컵 대회에서는 모두 탈락했다.

그는 "나는 내가 분명히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시즌에도 나는 40골 넘는 득점을 기록했지만, 우리가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도 발롱도르 경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적응기를 거쳐야 할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바이에른 뮌헨 입단 첫 시즌부터 펄펄 날았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팀 안팎으로 흔들리며 결국 우승에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건 12년 만에 처음으로 트로피 없이 시즌을 마쳐야 했다.
일각에서는 케인의 '무관의 저주'가 바이에른 뮌헨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식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케인은 그간 뛰어난 개인 커리어에 비해 우승이 없어 팀 커리어가 아쉽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정작 중요한 경기 때마다 부진에 빠지면서 우승과는 연이 없는 선수로 인식됐다.
거의 매 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이 케인 입단 직후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자 이런 이야기가 또다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케인의 다음 발언이 더 눈길을 끌었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뛸 때는 아무리 골을 많이 넣어도 결국 우승 트로피가 없어 발롱도르 경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며 토트넘에서 뛰는 내내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느꼈던 것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기 전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 나아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각광받았다. 특히 토트넘에서는 매 시즌 2~30골을 넣으며 우승 트로피는 없지만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웨인 루니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2위 기록을 달성하는 등 프리미어리그의 리빙 레전드로 거듭났다.
하지만 케인 개인의 활약은 소용없었다. 케인이 아무리 날뛰어도 케인은 토트넘에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 프리미어리그 준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 리그컵 준우승을 거둔 게 전부였다.
케인의 말처럼 케인 본인의 퍼포먼스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팀 우승이 없으니 결국 케인에 대한 평가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을 수 없었다. 물론 모두가 케인이 세계 최고의 9번이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되는 발롱도르에서 케인은 많은 표를 받지 못했다.

케인이 토트넘에서 경험한 아쉬움을 토로한 이유다.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임대 시절을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토트넘을 위해 헌신했던 케인이 지난 2023년 팀 커리어에 우승을 추가하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는 이제 더 큰 무대에서 뛰면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구단에서 뛰는 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중"이라면서 "자신감이 커졌고, 책임감도 더 느끼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팀에서 뛰면 한 시즌에 3~40골을 넣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나는 그러한 압박감을 즐긴다"고 말했다.
케인은 또 "발롱도르를 받으려면 팀 트로피를 얻어야 하고, 내가 40골 이상을 넣어야 한다"면서 "이번 시즌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이번 시즌 자신이 40골 이상 넣고 바이에른 뮌헨이 팀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케인은 자신의 득점력에 대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매 시즌 50골을 넣다가 40골을 넣으면 부진한 것처럼 평가되고는 했다. 나 역시 대표팀에서 알바니아, 라트비아 등을 상대로 골을 넣더라도 큰 화제가 되지 않는다"며 "내가 25세였다면 더 많은 주목을 받았겠지만, 이제는 관심이 다른 선수에게 향하고 있다"고 했다.
케인은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향하는 기대, 관심과는 별개로 좋은 활약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발롱도르 파워랭킹에서 케인은 4위를 차지했다. 높은 순위기는 하나 발롱도르 포디움(3위 이내)에 들지 못하는 위치다.

케인이 발롱도르에 가까워지려면 3위에 올라 있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유망주 라민 야말, 세계적인 슈퍼스타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주포 킬리안 음바페, 그리고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 덕에 발롱도르 파워랭킹 1위에 오른 하피냐를 제쳐야 한다.
개인 기록은 당연히 챙겨야 하고, 우승 트로피를 얻는 게 중요하다. 야말은 이번 시즌 13골 20도움을 기록 중이며,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음바페 역시 31골 5도움과 함께 UEFA 슈퍼컵과 인터컨티넨탈컵에서 우승했다. 하피냐는 31골 19도움이라는 입이 벌어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