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역시 토트넘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신용이나 도덕적인 판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철저히 숫자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영국의 인터넷 스포츠 신문 '기브 미 스포츠'는 11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과 선수단 개편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2015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성해 10년째 인연을 맺은 손흥민이다. 안와 골절, 팔 골절 등 몸이 무너질 정도로 뛰면서 헌신했고 준우승이라는, 우승의 문턱 앞에서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참고 인내하며 뛰었다.
하지만, 이적 가능성이 재점화했다. 손흥민을 두고 지난달 겨울 이적 시장이 개장했을 당시 FC바르셀로나가 여름 이적 시장이 개시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영입 가능한 손흥민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손흥민 측이 역제안했다는 소문도 붙었다.
절묘하게도 협상 테이블까지 차려졌다는 이야기가 도는 순간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에게 동의 없이 계약에 있다며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2026년 여름까지 동행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1년 더 토트넘에서 뛰는 것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FA 신분에서 다시 이적료가 발생, 여름 이적 시장에서 돈을 받고 얼마든지 매각 가능한 신분으로의 전환이었다. 6개월이 남은 시점에서는 보스만 룰에 따라 자유롭게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쇄신은 어느 구단이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0년을 동행하며 주장까지 맡은 선수를 흔드는 것은 토트넘이 소위 근본이 없는 구단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장사꾼'으로 불리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얼마나 지독한 경영자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익만 되면 뭐든 하는 레비다. 미식프로풋볼(NFL), 대형 콘서트 등 경기장 영업일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선수는 다년 계약이 없는 수익성에만 기인해 판단해 피도 눈물도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적보다는 마케팅에 더 기울어진 모습이다. 리그컵과 FA컵은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는 14위에 머무르는 중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꼽힌다.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는 16강에 직행해 사실상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대회로 꼽힌다.


리그컵, FA컵 탈락에서 손흥민이 중요한 골 기회를 놓치면서 비판은 비난으로 진화했다. 주장 완장을 때고 떠나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굳은 표정을 애써 풀려고 해도 그를 도와주는 토트넘 내부 구성원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레비 회장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대신 유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키 무어, 데인 스칼렛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 활용해 미래 가치를 더 키워 수익을 내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가 많아 복귀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고문만 이어지고 있다.
레비 회장의 성공에 정점은 성적이다. 선수단에 활력소가 넘쳐야 하고 그 중심에 토트넘 수준에서는 거액인 19만 파운드(약 3억 4,000만 원)의 주급을 받는 손흥민이 정리 대상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2~3명의 10대나 20대 초반 선수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주급이기 때문이다.
히샤를리송, 티모 베르너의 주급까지 더해 33만 5,000파운드(약 8억 원)를 받는 이들을 정리 대상으로 적시한 정보는 매체가 내부 독점 소식통을 알아낸 것이다. 절묘하게도 FA컵 탈락 이후 나온 이야기는 선수 흔들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외부에서는 손흥민의 가치를 더 후하게 평가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이상 튀르키예),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 등 3,800만 파운드(약 687억 원)로 평가받는 여전한 손흥민의 가치라도 챙겨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손흥민이 유럽 리그,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수요가 없는 선수는 아니다. 사우디의 제안은 파격 그 자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고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활약했던 카림 벤제마를 보유했다. 중동 소식에 밝은 '비인 스포츠'에 따르면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을 위해 5,000만 파운드(약 905억 원)의 이적료에 2,500만 파운드(약 452억 원)의 자금을 쏟아내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의 두 배는 파격적이다. 마땅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는 토트넘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다고 선수단 구성이 나쁜 것도 아니다. 벤제마에 토트넘에서 같이 뛰었던 스테번 베르흐바인에 무사 디아비, 다닐루 페레이아, 은골로 캉테, 파비뉴, 후셈 아우아르 등 유럽 주요 리그를 누볐던 이들이 존재하고 프랑스 국가대표였던 로랑 블랑 감독이 지휘한다.
사우디가 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알 이티하드를 비롯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알 나스르나 전통 명문 알 힐랄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단순히 돈으로 리그의 규모 확대를 이룬다는 비판도 있지만,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다.
아직 유럽에서 충분히 뛸 수 있는 손흥민이지만, 사우디의 제안을 거절해도 받아도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 왔고 유럽에서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해왔다는 점에서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 선배들도 사우디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이영표 전 강원FC 대표이사나 설기현 전 경남FC 감독은 알 힐랄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거액을 받고 유럽 리그에서 멀어져도 손가락질할 여론은 적어도 국내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토트넘은 경기 당일이면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단 용품점에 전면에 배치한다. 평균 20만 원의 고가가 3천 장 이상은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으로 파생되는 거액의 수익의 단물까지 다 흡입하고 있는 토트넘이다.
갈수록 희생양을 만드는 분위기는 더 강해질 수 있다. 리그 순위가 상승해도 UEL도 떨어지면 모든 책임론은 손흥민을 향할 수 있다. 이미 토트넘에서 뛰었던 제이미 레드냅이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이 주장으로의 역할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하지만, 10대 유망주 무어는 "손흥민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감사함을 잊지 않았고 스칼렛은 손흥민에게 안겨 자신의 활약에 대한 놀라움을 나누기도 했다. 선수단 장악을 하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다음 계획이 무엇이든 모든 것은 손흥민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선수를 계속 평가하는 토트넘의 냉혹함이 매정하지만, 이 역시 이별을 택한다면 하나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미 8,300만 파운드(약 1,507억 원)를 토트넘에 안기고 어렵게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이라는 사례가 명확하게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