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싱가포르 원정, 동남아 최강 꿈꾸는 김상식 감독에게 주어진 두 가지 악재

입력
2024.12.26 13:44
수정
2024.12.26 13:44


(베스트 일레븐=싱가포르)

김상식 감독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절대적인 어웨이 분위기 속에서 싱가포르를 상대해야 한다. 상대 관중이 많아서가 아니다. 베트남 팬들이 없어서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오늘(26일) 밤 11시(한국 시각) 싱가포르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24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준결승 1라운드 싱가포르 원정 경기를 치른다.

싱가포르축구협회(FAS)는 이 경기에 앞서 갑작스레 대회 홈 경기장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싱가포르는 대회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을 썼다. 지난 6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싱가포르를 상대로 원정 승부를 벌였던 그 경기장이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전부터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을 활용한다. 알려진 관중 수용 규모는 1만 석이지만, 현지 기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6,000석 가량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스탠드가 1/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스탠드는 4면을 활용하지도 않는다. 본부석과 맞은편 스탠드 단 두 곳뿐이다. 당연히 경기장도 다소 갑갑함이 느껴질 정도로 좁다.

콘서트 때문에 경기장이 바뀌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싱가포르의 국민 가수로 알려진 JJ린이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축구 전용구장이 아닌 데다, 국토가 좁아 이런 대규모 문화 행사를 열 곳이 극히 적은 싱가포르의 특성상 콘서트를 여는 건 충분히 납득이 된다. 다만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싱가포르축구협회가 팀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찌되었든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베트남 팬들은 티켓 구매 때문에 난리가 났다. 급기야 싱가포르축구협회가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 어웨이 티켓 오피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지까지 냈다. 표는 팔지 않으며, 베트남축구협회(VFF)에 할당된 티켓을 모두 넘겼으니 거기로 문의하라는 짤막한 안내 문구만이 티켓 오피스에 떡하니 붙어 있었다. 티켓을 구한 베트남 팬들도 많아야 300~4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김 감독의 베트남은 작은 구장에서 절대적인 원정 분위기 속에 승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25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에서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라며 애써 이 대목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어찌되었든 베트남 팬들이 거의 없는 곳에서 승부하는 건 다소 부담이다.

여기에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의 잔디 문제도 베트남에는 악재다.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에는 천연잔디가 깔려있지 않다. 인조잔디다. 최상의 경기력을 펼쳐 보이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룹 스테이지 4라운드 필리핀 원정 당시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이미 인조잔디 원정 경기를 경험한 바 있으며,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의 인조잔디 품질이 마닐라의 그것보다는 낫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그래도 인조잔디에서 승부하는 건 베트남에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악재를 뚫어야 김 감독이 꿈꾸는 동남아 최강을 달성할 수 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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