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했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싹 다 털고 개막전 정조준

입력
2025.03.22 13:23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무리 뛰어난 선수나 인간도 무의식 상태에 가까운 수면 중 행동까지 100%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나, 운동 선수들이나 이 상황에서 근육통을 일으키는 경우들이 있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도 지난 경력에서 그런 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황당했다. 이렇게까지 아픈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시범경기 중반까지 좋은 타격 페이스와 함께 어깨 부상에 대한 후유증 우려를 깨끗하게 날린 이정후였다. 시범경기 첫 12경기에서 타율 0.300, 2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7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시범경기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홈런(1개) 개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이정후는 오프시즌 기간 동안 지난해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고민하고 살폈다. 타구 속도는 빨랐지만, 그 타구가 내야에 갇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발사각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깨 부상이 찾아와 시즌을 그대로 날렸다. 이정후는 출국 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찾았다고 자신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그 결과가 시범경기에서 잘 드러나고 있었다. 타구 속도는 총알이었고, 이 타구들이 외야로 향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하지만 3월 14일(한국시간) 마지막 시범경기 출전 이후 뜻하지 않는 부상이 찾아왔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등에 담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루 이틀 정도 쉬면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 통증이 꽤 오래 가면서 결국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까지 이어졌다. 이정후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경기 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이정후가 드디어 야구 활동을 재개했다. 22일부터 가벼운 훈련을 시작해 24일부터는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정후는 22일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 등 현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답답했던 심정을 토로하면서 개막전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무리해서 뛸 생각은 없지만, 지금 상태라면 남은 24일부터 26일까지 남은 세 경기에 뛴 뒤 개막전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이번 등 통증에 대해 "스포츠 선수들 또한 일어나면 정상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하루 종일 나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나도 그런 적이 있지만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한창 개막을 앞두고 페이스를 올려야 할 때 찾아온 부상이다보니 이정후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통증을 어느 정도 털어냈고, 24일부터 3연전을 뛸 만한 충분한 몸 상태가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시즌을 긴 호흡으로 보고 싶다. 물론 개막전은 매우 중요하다. 개막전에 출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경기장에 나갈 것이다"면서도 "개막전은 162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준비가 된다면 뛸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복할 시간을 더 활용하고 싶다"며 개막전 출전을 원하지만 무리하게 개막전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4일부터 경기 출전이 예고된 이정후 ⓒ연합뉴스 이정후는 시즌 전 마지막 3경기에 출전 후 시즌 개막전 출전을 조준한다 ⓒ연합뉴스

이제 막 정상 훈련을 소화한 이정후는 22일과 23일 시범경기 일정에는 결장하고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다만 24일부터 구단에 주어진 세 경기에는 되도록 나가겠다는 의지다. 샌프란시스코는 매년 애리조나 캠프를 마친 뒤 근거지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 전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 경기를 한다. 22일과 23일로 애리조나 캑터스리그 일정은 끝나지만, 새크라멘토에서 복귀전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굳이 9이닝을 다 뛰지 않아도 되기에 가볍게 경기를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25일과 26일에는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디트로이트와 2연전을 한다. 이 기간은 샌프란시스코나, 디트로이트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 마지막으로 점검 기간을 갖는 시기다. 아직 출전 이닝 수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정후도 이 두 경기에 모두 나설 전망이다. 이 시기에 세 경기 연속 출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27일이 휴식일이기 때문에 28일 열릴 신시내티와 시즌 개막전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또한 22일 현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를 위해서라면 세 경기를 모두 해도 괜찮다"면서 "이정후가 개막전을 치를 수 있는 상태에 있기를 바란다"며 이정후에 맞춰 일정을 진행할 뜻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는 22일 "3월 13일 이후 캑터스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이정후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등에 불편함을 느꼈고, 경련이라고 생각했다. MRI 검사 결과 구조적 손상은 없었고 등 경련만 나타났는데, 이는 고무적인 신호였다"면서 "이정후는 금요일에 다시 라인업에 복귀하기를 바랐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정후는 부상 이전에도 타율 0.300(30타수 9안타), 출루율 0.400을 기록하며 새로운 3번 타자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적어도 5월 어깨 부상 전에 1번 타자로 나섰지만, (올해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에게 리드오프 역할을 대부분 맡길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 경영진은 이정후가 3번 타자 자리에서 콘택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정후가 개막전에 뛰지 못할 경우 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그랜트 맥크레이는 이정후의 쾌차를 바랐다. 맥크레이는 "분명히 그는 이 라인업의 큰 부분이자 외야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내 계획은 나와 그가 외야에서 같이 뛰는 것이었다. 그가 건강하고 강하게 돌아와 우리의 배를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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