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신원철 기자] 이름은 도쿄 시리즈인데 '오타니 시리즈'라고 불러도 될 것만 같다. 도쿄돔 어디에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있다. 대회 관련 상품을 파는 매장에는 오직 오타니만 내세운 상품들이 여럿 놓여있다. 전광판과 광고판에는 온통 오타니를 모델로 쓰는 제품으로 가득하다. '오타니 피버',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도쿄돔을 방문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대중교통으로는 JR 스이도바시역과 도쿄메트로 고라쿠엔역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도쿄돔을 가운데 두고 북쪽(고라쿠엔역)과 남쪽(스이도바시역)에 있는 두 역은 도보로 약 9분 거리. 이 9분 동안 오타니의 얼굴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오타니를 보지 않고 가는 방법이 있을까 싶을 만큼 어디에나 오타니가 있었다.
스이도바시역에서 나와 도쿄돔으로 가려면 먼저 고라쿠엔브릿지라는 육교 하나를 건너야 한다. 도쿄돔 방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오타니와 관련한 광고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도쿄 시리즈를 앞두고 공개된 메이저리그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컬래버레이션 영상으로 시작해 게임 '포트나이트' 광고 영상, 그리고 오타니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 Boss와 뉴발란스 광고가 이어진다. 오타니 팬들에게는 이런 광고 영상마저 축복 같다. 실제로 고라쿠엔브릿지에서 오타니가 나오는 광고를 촬영하는 팬들이 여럿 보였다.

상가 건물 하나를 지나치면 다시 전광판에서 오타니를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이토엔이라는 녹차 브랜드의 광고다. 이 회사는 도쿄 시리즈를 앞두고 오타니의 사진이 담긴 한정판 페트병을 내세워 '오타니 효과'를 누리고 있다. 도쿄돔이 있는 도쿄돔시티 9개 전광판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오타니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모델을 맡고 있다. 닛신제분웰나 광고모델이 되면서 처음으로 앞치마를 한 모습이 공개됐다. 광고 속 오타니는 "좋은 걸 먹자"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계 브랜드 세이코, 침구류 전문회사 니시카와의 광고도 도쿄돔에서 볼 수 있다.
광고모델 오타니의 경제효과는 이미 일본 언론에서도 여러 번 다룬 주제다. MBS는 지난달 13일 "스폰서십이 아니면 적자? 대체불가능 오타니 효과, 2024년 경제효과는 1168억 엔으로 추정"이라고 보도했다.
다저스도 오타니 효과를 본다. '스폰서유나이티드'에 따르면 다저스는 지난해 일본 12개 기업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무려 7000만 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디퍼(추후 지급) 계약 탓에 '7억 달러의 사나이'지만 당장은 연 200만 달러 선수인 오타니는 계약 기간 10년 동안 2000만 달러를 받는데, 구단은 일본 기업과 스폰서십으로 그보다 3배 많은 돈을 번 셈이다.


오타니는 존재만으로 팬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14일 도쿄돔 프리즘홀에 문을 연 MLB 도쿄시리즈 공식 스토어에는 '도쿄 시리즈'보다 '오타니'를 앞세운 상품들이 많았다. 팬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었다.
14일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은 도쿄돔에서 공개 훈련을 했다. 훈련이라도 보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지 않을까. 그래서 주최 측은 훈련 관람 티켓을 판매했다. 12일 예매가 시작됐는데 동시접속자 20만 명이 몰린 가운데 한 시간 만에 모든 표가 팔렸다고 한다. 14일 공식 관중 수는 1만 507명이다. 1층 내야석만 열었는데도 이 정도다.
이날 오타니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훈련한 시간은 15분 남짓. 하지만 팬들은 오타니가 움직이기만 해도 환호했다. 오타니가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일본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와 "(일본에 가면)제 얼굴을 자주 보게 될 걸요"였다고. 로버츠 감독은 일본에 다녀온 뒤 "어디에나 오타니가 있다. 투 머치 쇼헤이"라고 농담했다. 지금 도쿄돔에서는 이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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