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김혜성(26·LA 다저스)이 포스팅 마감을 코앞에 두고 극적인 계약 소식을 알렸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팀 중 하나이자, 2024년 월드시리즈 우승 팀인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계약 자체는 모두가 환호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제 냉정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첫 관문은 '도쿄행'이라고 할 만하다.
LA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김혜성과 계약 소식을 알리며 연초부터 메이저리그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LA 다저스는 김혜성에 3년 총액 1250만 달러(계약금·연봉 포함 1100만 달러, 바이아웃 150만 달러)를 보장하고, 2028년과 2029년에는 구단이 옵션을 가지기로 했다. 다저스가 연장 옵션을 실행하면 연간 500만 달러씩 총 1000만 달러가 추가되고, 타석 수에 따른 인센티브(연간 50만 달러)까지 모두 챙기면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계약이 완성된다.
다저스는 과거 박찬호를 시작으로 최희섭 서재응 류현진이 뛰어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팀이고, 한국 내 인지도가 가장 높은 메이저리그 팀이다. 그라운드 바깥의 환경도 좋다. 연고지인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날씨도 좋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에는 최고의 외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경쟁 난이도는 굉장히 높다.
다저스는 2024년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었고, 슈퍼스타로 구성된 팀이다. 그리고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기에 새로운 슈퍼스타들이 꾸준하게 유입된다. 당장 내야만 해도 강력한 선수들이 있다. 유격수에는 무키 베츠, 1루수에는 프레디 프리먼이라는 전직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경력자들이 버틴다. 3루에는 홈런 파워를 갖춘 메이저리그 대표 OPS형 히터인 맥스 먼시가 있다.
김혜성이 노려볼 만한 2루 경쟁도 쉽지는 않다. 한때 다저스 최고 내야 유망주였던 개빈 럭스가 현재 주전 2루수다. 럭스는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평균 이상의 2루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412경기에서 타율 0.252, 출루율 0.326, 28홈런, 1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9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139경기에서 타율 0.251, 출루율 0.320, 10홈런, 50타점, OPS 0.703의 성적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슈퍼 유틸리티로 쓴다는 구상이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김혜성 영입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재능 있는 선수를 추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김혜성 영입을 반기는 동시에 선수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메스 단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정말 강력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다"면서 김혜성의 다방면 기용을 예고했다. 다만 주전 경쟁과 기존 선수들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지역 유력 매체인 'LA 타임스'는 4일(한국시간) "김혜성의 영입은 2025년 로스터에 더 많은 잠재적 변화를 예고할 수 있으며, 내년에 팀의 중앙 내야수진(유격수·2루수)에 옵션이 대거 유입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혜성 영입 전 다저스는 이미 주전 유격수로 베츠, 2루수로 럭스를 예고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이면서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토미 에드먼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에 팀은 출전 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LA 타임스'는 "김혜성으로 영입으로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든 선수 중 아직 계약을 맺지 않은 유일한 야수인 키케 에르난데스와 같은 또 다른 유틸리티 선수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김혜성이 주전보다는 에르난데스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ESPN, 야후 스포츠 등도 김혜성의 다저스 입단을 속보로 다뤘다. 하지만 주전으로 명시하는 매체는 없었다. 김혜성을 주전으로 쓰겠다는 강력한 인상을 줄 만한 계약 규모도 아니었고,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혜성을 보는 현지 언론의 시선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외야를 모두 보는 슈퍼 유틸리티로서의 평가에 가깝다. 다저스도 김혜성이 외야수로도 뛸 수 있는 운동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com은 "김혜성의 합류로 다저스는 또 다른 중앙 내야수, 즉 40인 로스터에 옵션이 풍부한 포지션 그룹을 갖게 됐다. 2025년으로 향하는 계획은 무키 베츠가 유격수로, 개빈 럭스가 2루수로 출전하는 것이었지만 크리스 테일러, 미구엘 로하스, 토미 에드먼 등이 그 포지션에 출전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특히 에드먼이 중견수에서 많은 시간을 뛰어야 하기 때문에 김혜성은 테일러와 로하스와 역할과 가장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재계약 관련 기자회견에서 다저스의 '의중'은 유격수에 베츠, 2루수에 럭스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중앙 내야수 자리에서 강력한 전력을 활용해 유틸리티 역할에 더 적합하다고 거듭 강조했다"면서 럭스가 주전 2루수가 될 것으로 점쳤다.
'야후스포츠' 또한 "김혜성의 영입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재계약으로 다저스는 40인 로스터 한도에 도달하게 되면서 누군가는 자리를 옮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키 베츠가 유격수로, 개빈 럭스가 2루수로 배치되면서 김 감독은 유틸리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아예 백업 못을 박았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또한 "리그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는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역시 백업 롤을 시사하면서 "왼손잡이 내야수인 김혜성은 수비력으로 명성이 높으며 중앙 내야 포지션에서 모두 경험이 있다. 다저스는 올겨울 무키 베츠가 다시 한 번 구단의 개막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혜성의 존재가 이러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저스는 또한 지난 시즌 하위 타선에서 활약했던 좌타 2루수 개빈 럭스를 2루수로 복귀시킬 예정"이라면서 베츠-럭스의 키스톤 콤비를 예상했다.
이처럼 현지에서는 김혜성이 치열한 로스터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며, 결국 김혜성으로서도 개막 로스터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40인 로스터에는 들어갔지만 메이저리그 신분을 보장 받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을 마이너리그에서 한다면 그것 또한 가시밭길을 의미할 수 있다. 김혜성이 스프링트레이닝부터 전력 질주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다저스는 2025년 개막을 일본에서 한다.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에 2년 연속 선정되면서 팀 개막전을 2년 연속 아시아에서 맞이한다. 김혜성은 반드시 도쿄행 티켓을 받아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김혜성이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로하스와 테일러의 계약은 2025년까지고, 럭스도 2026년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다. 김혜성이 가장 길게 계약이 되어 있다. 김혜성이 확실한 모습을 보인다면 로하스와 테일러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마이너리그 강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될 수 있다. 다저스를 선택한 것은 김혜성이고, 이런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선택했다. 김혜성이 치열한 경쟁을 뚫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