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김혜성(26·키움)의 협상이 결국 초읽기까지 들어갔다. 포스팅 마감시한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도 루머만 무성할 뿐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끝장 승부'가 예고된 가운데 계약이 마지막 날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혜성과 협상에 나선 메이저리그 구단은 물론, 원 소속팀 키움까지 피 말리는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시즌 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고 원 소속팀 키움의 허가를 받은 김혜성은 우리 시간으로 지난 12월 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이 공시됐다. 김혜성은 규약에 따라 30일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모두 협상에 나설 수 있고, 실제 30일 동안 여러 팀들과 협상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 김혜성의 포스팅 마감시한은 1월 4일 오전 7시(한국시간)다. 그런데 24시간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아직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뒤 메이저리그와 업계를 대표하는 빅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을 했다. CAA는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 스타들도 대리하고 있는 규모가 큰 에이전시다. 그런 CAA가 김혜성과 계약을 했다는 자체가 김혜성의 메이저리그행을 놓고 기류가 나쁘지 않음을 의미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오랜 기간 김혜성을 지켜본 게 사실이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뒤인 2024년 시즌에는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김혜성의 마지막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다.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무응찰'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말다. CAA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복수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적어도 손에 들고 있는 패가 하나도 없지는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11월 말 협상 상황을 지켜보는 동시에 훈련을 하기 위해 출국했던 김혜성이 근래 계약 없이 귀국하면서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이는 병역특례요원인 김혜성의 신분 탓에 해외 체류를 연장하기 어려웠을 뿐 협상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혜성은 최소 5개 구단 이상과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조건에 잘 맞는 팀을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혜성은 계약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KBO리그에서는 베테랑 대열에 올라선 선수지만,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는커녕 미국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환경, 그리고 해외 생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적어도 3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따내 안정적인 여건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FA 때 대형 계약을 노리다는 로드맵이 있을 법하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여건도 중요하고, 비교적 생활 적응도 편한 팀이 유리하다. 꼭 돈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다만 복수 구단이 김혜성에 다년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고, 김혜성이 골라서 갈 수는 있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계약 조건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라도 빈손으로 유턴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김혜성은 포스팅 시한이 정해져있고, 만약 1월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추후 협상을 더 진행할 수 없다. 2025년 시즌이 끝난 뒤에야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 소속팀 키움도 긴장하고 있다. 김혜성은 2025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타 구단들에 비해 현실적으로 자금 동원력이빈약한 키움으로서는 김혜성이 돌아온다면 다양한 고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혜성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A 혹은 메이저리그 재도전 등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김혜성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김혜성을 트레이드해 신인 지명권이나 다른 대가를 받는 게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혜성 협상은 단순히 김혜성뿐만 아니라 KBO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지에서도 김혜성의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팅 초반까지만 해도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던 김혜성 시장이지만, 마감시한이 다가올수록 김혜성과 연계된 팀들이 드러나고 이 팀들을 중심으로 김혜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가운데 이들은 내야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포지션에 많은 돈을 쓸 수는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샌디에이고는 KBO리그와 친한 대표적인 팀이고, 시애틀은 지난해 김혜성을 가장 많이 찾은 팀이기도 하다. 실제 업계에서는 서부 해안의 팀들이 김혜성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 소식을 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3일(한국시간) 김혜성의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KBO 내야수 김혜성은 내일 오후 4시(중부시간 기준)에 마감될 포스팅 시간까지 32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오프시즌 초반 김혜성의 계약으로 3년 총액 2800만 달러를 예상하면서 연례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 랭킹 TOP 50에서 김혜성을 26위로 선정했다"면서 "지난겨울 김혜성의 동료이자 국가대표인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9자리 숫자의 계약(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의미)을 체결하며 포스팅 당시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국제 자유계약선수의 계약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현재까지 비시즌 동안 김혜성의 자유계약선수 자격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소문은 거의 없었고, 김혜성의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팀이 이 내야수에 관심을 가질지, 마음에 드는 계약을 찾지 못하면 2025년 키움 히어로즈 복귀를 고려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김혜성은 주로 2루수로 뛰었지만 유격수 경험도 풍부하다. 필요하다면 3루수 처리에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은 김혜성처럼 다재다능한 내야수의 잠재적 구애자로 간주할 수 있는 팀들이다"고 흥미를 드러냈다.
김혜성 계약을 놓고는 상당수 매체들이 계약 기간 2~3년, 그리고 연 평균 금액 500~900만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의 3년 총액 2800만 달러는 해당 구단이 김혜성을 3년간 주전 2루수, 혹은 주전급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쓰겠다는 구상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릴 수 있다.
미 스포츠 전문 매체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김혜성이 포스팅을 시작한 이후 20/80 스케일을 통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공개했었는데 당시 김혜성은 이 스케일에서 김혜성은 콘택트 55, 장타력 30, 주루 70, 수비 55, 송구 능력 40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50 정도라고 보면 콘택트와 수비는 평균을 살짝 웃도는 수준, 그리고 주력은 최상급 평가를 받은 셈이다. 장타력이 높은 평가를 받을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안타와 도루 개수를 더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했다. 아직 젊은 나이고, 더 발전할 만한 여지가 있는 나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 능력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어떤 계약으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