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의 양대 '빅클럽'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월드시리즈 맞대결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것이 없었다.
둘 다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울 수 없는 월드시리즈였지만, 그래도 승패는 정해졌다. 이적 첫해부터 개인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오타니가 활짝 웃은 반면 개인적으로 부진한 데다 팀까지 패한 저지는 고개를 떨궜다.
다저스는 지난 10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브롱스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양키스를 7-6으로 제압,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했다.
메이저리그의 양대 명문 팀 다저스와 양키스가 43년 만에 맞붙은 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오타니와 저지의 맞대결이었다. 둘은 두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올 시즌 각각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올해 54홈런 59도루로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클럽에 달성했으며, 타율도 0.310, OPS(출루율+장타율)은 1.036에 달했다. '투타 겸업'에서 부상으로 타자에만 전념하며 괴물 같은 기록을 냈다.
저지도 못지않았다. 2년 전 62홈런으로 61년 만에 '청정타자' 60홈런 고지를 돌파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58홈런에 144타점을 쓸어 담았다. 0.322의 타율에 OPS도 1.159로 OPS는 오타니보다 높았다.
그런 둘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다저스와 양키스의 만남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맥 빠졌다. 오타니와 저지 모두 시리즈 내내 빈타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5경기에서 19타수 2안타(0.105)에 그쳤다. 장타는 2루타 한 개가 전부였으며, 볼넷도 2개만을 얻어냈다. 루상에 나갈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도루 시도도 한 번뿐이었으며 그마저도 실패했다.
저지도 실망스러웠다. 5경기에서 18타수 4안타(0.222)에 1홈런 3타점. 출루율이 0.391였고 홈런도 하나 있었기에 오타니보다는 그나마 나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수비에서 치명적 실책을 범했다. 승부가 결정 난 5차전, 1회 2점홈런을 쏘아 올리며 초반 5-0 리드에 기여했는데, 수비 실책으로 대역전극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5회초 무사 1루에서 토미 에드먼의 평범한 뜬공을 놓쳤고 이후로 양키스의 '실책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5실점으로 5-5 동점이 됐고, 양키스는 끝내 역전패 당하며 다저스의 우승 축포를 안방에서 지켜봐야 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저지 본인이었다. 저지는 "내가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면서 "내 실수가 아니었다면 두 번의 실수가 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늘 밤 결과도 달랐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의 패배는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이라며 "모든 패배와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고, 전투의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오타니는 활짝 웃었다.
오타니는 "다저스에 와서 첫해에 우승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럽다"면서 "팀의 힘으로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우리만의 야구를 했다. 우리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