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계약할 자격 있다, 원할 때까지 다저스 감독으로…" 돌버츠는 잊어라, 명장 등극

입력
2024.11.01 09:50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매년 이맘때 나돌던 ‘경질설’은 없다. 이제는 재계약, 나아가 종신 계약까지 해야 한다는 찬사가 나온다. 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데이브 로버츠(51) 감독의 위상이 확 달라졌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명장’ 반열에 올랐다. 

로버츠 감독이 이끄는 다저스는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7-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했다. 2020년에 이어 4년 만이자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로버츠 감독의 투수 운영이 대성공했다. 선발 잭 플래허티가 흔들리자 1⅓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하며 2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4회까지 0-5로 뒤졌지만 양키스가 실수를 연발한 5회 5득점 빅이닝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6회 1점을 내줬지만 8회 2점을 내며 마침내 역전했다. 

8회 또 고비가 왔다. 7회부터 투입된 필승조 블라이크 트라이넨이 1사 1,2루 위기를 초래하며 흔들렸다. 투수 교체가 예상됐지만 마운드에 올라온 로버츠 감독은 두 손으로 가슴을 터치하며 몇 마디한 뒤 혼자 내려갔다. 트라이넨은 우익수 뜬공,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로버츠 감독 믿음에 보답했다. 2⅓이닝 무실점 구원승.

이어 9회에는 이틀 전 선발로 5이닝 76구를 던진 워커 뷸러가 깜짝 마무리로 나섰다.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거두며 우승 순간을 확정했다. 8명의 투수들을 총동원한 로버츠 감독의 벌떼 야구가 대성공했다. 월드시리즈 MVP 프레디 프리먼은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 로버츠 감독이 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내가 본 경기 중 가장 완벽한 운영이었다. 특별했다”고 감탄했다. 클레이튼 커쇼도 “로버츠 감독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올해 규정이닝 투수가 전무할 만큼 마운드에 부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시즌 막판 타일러 글래스노우, 개빈 스톤, 커쇼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해 포스트시즌을 고정 선발 3명으로 치러야 했다. 플래허티, 야마모토 요시노부, 뷸러가 아닌 날은 불펜 데이를 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버릴 경기는 버렸다.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과 5차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필승조를 아끼며 다음 경기를 대비했고, 모두 이겼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단기전에서 이같은 전략은 쉽지 않지만 로버츠 감독은 과감했다. 칼같은 투수 교체와 운영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로버츠 감독은 부임 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8회, 월드시리즈 진출 4회, 월드시리즈 우승 2회, 정규시즌 승률 .627, 포스트시즌 56승(역대 최다 6위)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로버츠 감독은 역대급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고, 연장 계약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다저스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팀인데 3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로버츠 감독의 연봉은 낮아 보인다’며 더 높은 연봉에 재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버츠 감독은 내년까지 다저스와 계약돼 있다.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이 잭 플래허티를 교체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블레이크 트라이넨과 대화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네이션’도 ‘로버츠가 다저스 역대 최고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며 ‘2024년은 다저스에 힘든 해였다. 특히 선발진에 수많은 부상이 나왔고, 건강한 선발 3명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며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이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에 감독으로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종신 계약을 맺을 자격이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다저스 감독으로 일할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디애슬레틱’도 로버츠 감독이 명예의 전당 쿠퍼스타운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면서 ‘2024년 월드시리즈는 로버츠 감독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지난겨울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하면서 다저스의 올 시즌은 우승 아니면 실패로 간주됐다. 로버츠 감독은 수많은 불운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팀으로 이끌었다. 로스터의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했다. 투수진의 깊이가 부족했고, 3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모두 불펜 게임을 했다. 때로는 전략적으로 경기를 버리기도 했다’며 ‘결국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를 차례로 꺾고 빅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그는 이번 달 자신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갔다. 그는 이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디애슬레틱은 ‘로버츠 감독의 승률(.618)은 흑인 감독 중 최고다. 91승 미만 시즌이 한 번도 없었고, 그가 이끈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제외) 8년 중 5년을 100승 이상 달성했다. 바비 콕스, 화이티 허조그, 짐 릴랜드보다 더 많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얼 위버, 딕 윌리엄스, 토미 라소마보다 더 자주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했다’며 역대 명장들과 비견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버츠 감독은 2017~2018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7년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법 사인 훔치기에 당했고, 2018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투수 교체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9년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워싱턴 내셔널스에 업셋을 당하며 조기 탈락, 경질론이 거세게 불거지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우승했지만 반쪽짜리 시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21~2023년 3년 연속 업셋을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큰 경기에 약한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에 의구심이 커졌다. 하지만 올해 정규리그 최고 승률(.605)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하면서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5년 11월 로버츠 감독을 선임한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끊임없는 낙관주의는 그의 특징적인 강점 중 하나다. 올해 우리는 분명 많은 일을 겪었다.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어려울 때마다 로버츠 감독이 팀에 낙관론을 불어넣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우리 팀에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 상기시켜준 그의 능력은 매우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이 월드시리즈 우승 후 무키 베츠와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2020년 다저스에서 뛰다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뒤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복귀한 키에 에르난데스는 “로버츠 감독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긍정적이고, 활기찬 성격이다. 처음 몇 년간 그는 힘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어려워했다. 지금은 감독으로서 1000% 솔직하게 힘든 대화를 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며 로버츠 감독 소통 능력이 전보다 향상됐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회복력과 투지에 정말 감사하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올해 우리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선수들이 매일 올바른 방식으로 싸웠고, 이기기 위해 뛰었다. 부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이 많았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포스트시즌에서 우리가 이길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첫 시리즈에서 탈락할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우리는 10월에 11승을 했다. 선수들의 공이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고마워했다. 

과거 비판에 대해서도 로버츠 감독은 “냉정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팀 전력이 어떻든 우승을 하는 건 정말 어렵다. (1998~2000년) 양키스 이후 연속 우승팀이 나오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플레이오프 형식도 그렇다”며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겠다. 이번에는 별표는 없을 것이다”는 말로 코로나19 단축 시즌 평가 절하된 우승이 아니라 풀시즌 우승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waw@osen.co.kr[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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