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울고 웃은 여자부…진정한 승자는 없었다 [정규리그 결산]

입력
2025.03.21 15:02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끝난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맞대결과 함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도 모두 막을 내렸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에 이어 현대건설, 정관장,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페퍼저축은행 순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국내외 선수들의 부상 이탈은 이번 시즌 여자부 순위를 크게 흔들어 놨다. 개막 14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마저 부상 악재를 피해 가지 못했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부르주)가 팀을 떠나 있는 동안 한때 현대건설에 1위를 빼앗길 뻔한 순간도 있었다. 다만 흥국생명은 재정비가 빨랐다. 대체 외국인 선수 마르타 마테이코(등록명 마테이코)를 중심으로 실리 배구를 펼쳤고, 정윤주 등 저연차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졌다. 김연경, 김수지, 이고은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시즌이다.

그러나 흥국생명과 달리, 함께 선두 경쟁을 펼치던 현대건설과 정관장은 초반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공수 양면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 시즌 아웃 된 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시브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던 그가 빠지자, 팀의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세터 김다인이 연결에 부침을 겪으면서 강점인 정지윤 양효진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삼각편대 화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이지만, 부상 앞에 장사 없었다.

현대건설과 막판까지 2위 대결을 이어가던 정관장 또한 마찬가지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의 아웃사이드 히터 변경은 분명 대성공이었다. 리시브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몫을 했다. 그와 메가를 앞세운 정관장의 원투펀치 공격력은 현대건설을 여러 차례 순위표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막강했다. 다만 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두고 팀의 핵심 전력인 부키리치와 박은진이 나란히 이탈하면서, 정관장의 2위 꿈은 일순간 물거품이 됐다.  



이뿐 아니다. 4위 IBK기업은행도 부상에 덜미를 잡힌 케이스. 특히 개막 직전 에이스 이소영이 어깨를 다치면서 1군 엔트리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의 고군분투로 전반기 때까진 꾸준히 3위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4라운드 전패 수모를 겪는 등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설상가상 아시아쿼터 세터 천 신통(등록명 천신통)마저 발목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IBK기업은행은 한때 5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나마 시즌 말미 백업 세터 김하경이 집중력을 되찾은 게 4위를 지킨 동력이었다.

6위 GS칼텍스는 앞선 네 팀과 조금은 다른 경우다. 시작부터 주전들의 줄 부상이 이어졌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마저 쓰러지면서 창단 최다 14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꼴찌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유서연, 안혜진 등 핵심 전력이 대거 복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후반기 성적 5할을 넘긴 것.

GS칼텍스의 이 같은 맹추격에 페퍼저축은행은 끝내 시즌 종료 직전 6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 시즌 창단 최다 승수, 승점, 연승을 질주한 페퍼저축은행이지만, 결국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토종 에이스 이한비,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장 위(등록명 장위), 교체 외국인 선수 테일러 프리카노(등록명 테일러)의 삼각편대가 끝까지 맞섰지만, 페퍼저축은행 역시 후반기 하혜진, 염어르헝, 이원정 등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마지막까지 리듬을 끌고가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그런가 하면 5위 한국도로공사는 부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새 얼굴이 많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부침이 컸다. 이번 시즌읖 앞두고 합류한 강소휘, 메렐린 니콜로바(등록명 니콜로바)가 팀에 녹아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더욱이 시즌 초반엔 터줏대감 임명옥과 배유나마저 잠시 흔들렸다. 그랬던 한국도로공사의 반등은 3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승씩을 거두는 데 그쳤던 1, 2라운드와는 달리 3라운드 이후 5할 승률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 선수들의 엇박자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경기력을 중위권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인 세터 김다은의 성장 역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수확이다.



이처럼 각 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이번 시즌 여자부 순위를 뒤흔든 결정적 요소였다. 순위 경쟁 자체는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쳤지만, 그와 동시에 크게 요동친 경기력으로 아쉬움 또한 진하게 남은 한 시즌이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이미지 실시간 인기 키워드
  • KBO 개막전
  • 김도영 부상
  • 이강인 백승호 부상
  • 배지환 개막 로스터
  • SK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