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가 없었다면 아마 난…” 아본단자 감독이 최고의 파트너에게 전한 진심 [PS 미디어데이]

입력
2025.03.22 00:00
수정
2025.03.22 01:13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배구 이야기부터 생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21일 서울 청담 호텔리베라에서 진행됐다. 공식 행사가 진행되기 전, 각 팀 감독들과 선수들은 별도 마련된 장소에서 취재진과 미리 만나 사전 인터뷰에 임했다.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더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전 인터뷰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내 개인적인 욕심은 사실 굉장히 크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표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지지난 시즌에도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피지컬 이슈와 세터 리스크로 역전당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번 시즌은 정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가장 좋은 피지컬 상태를 유지하고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한 개인적인 욕심과 선수들에게 바라는 부분을 먼저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준비 과정에서의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피지컬 컨디션 유지다. 기술적인 부분의 경우 지난 두 시즌과는 다른 배구를 잘 해온 만큼 공격과 사이드 아웃에서는 지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브-블로킹-수비에서는 조금 더 다져야 할 부분이 있다. 이게 잘 되면 더 좋은 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서브 앤 블록, 수비에서의 분발을 기대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쪽에는 유독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유는 단연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때문이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야키(김연경의 애칭)와 한국에서 함께 하는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이다. 야키는 정말 이기고 싶어 한다. 다른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야키는 ‘몸만 괜찮다면’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김연경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다만 아본단자 감독이 언급한 ‘몸만 괜찮다면’은 현재 완벽히 충족된 조건은 아니다. 김연경의 무릎 컨디션이 현재 100%는 아닌 상황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의 컨디션은 오히려 괜찮은데, 이고은-신연경-김연경 쪽이 좀 더 신경 쓰인다. 현재는 휴식과 훈련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주력하는 단계인데, 이게 쉽지는 않다”며 약간의 걱정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미 순위의 윤곽이 드러난 6라운드에는 비주전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고, 경기 안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보면서 일종의 ‘배구 실험실’을 개장했다. 과연 실험 결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실제로 활용할 만한 결과물을 찾았을 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6라운드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부분들은 사실 그간 훈련에서는 계속 봐왔던 것들이다. 그래서 크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박수연이나 도수빈의 경우 보다 다양한 롤 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도는 확인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은 주전들과의 실력 갭이 좀 크다고 느껴진다”며 박수연-도수빈의 활용 방안 확대 정도가 수확이었음을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의 실험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된 실험은 투트쿠의 파이프였다. 특히 이 파이프는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가 전위일 때 오른쪽으로 이동공격 스텝을 밟아서 상대 블로커 한 명을 사이드로 빼낸 뒤 투트쿠가 중앙에서 원 블록 혹은 노 블록 상황을 제공받으면서 때릴 때 그 위력이 극대화됐다. 따라서 이 공격이 잘 가동되려면 피치의 성공적인 이동공격 페이크에 적절한 타이밍의 파이프 패스, 투트쿠의 빠른 점프와 스윙까지 갖춰져야 할 선제조건이 굉장히 많다.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한 해법은 역시나 연습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그저 계속 노력하고 시도하는 것이다(Only work. Try and try). 그게 제일 중요했다. 또 연습 과정에서 이고은이 투트쿠의 공격 특성을 잘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했다”고 투트쿠의 파이프 준비 과정을 요약했다.

한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는 입장인 아본단자 감독에게 현대건설과 정관장 중 누가 올라오길 바라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그런 건 딱히 없다”고 운을 뗀 아본단자 감독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그런데 원정 거리를 생각하면 현대건설이 가까워서 좋을 것 같긴 하다”고 말을 바꾸며 웃음을 자아냈다.



열띤 배구 이야기들을 나눈 뒤, 아본단자 감독과 배구 외적인 가벼운 이야기들도 나눴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사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서울은 그래도 좀 나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섞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왜 항상 커피를 시킬 때마다 우유를 같이 시켜도 주문이 누락되는지 모르겠다. 또 카페에 갔을 때 왜 플라스틱 컵을 받으면 매장을 이용할 수 없는 건가? 그걸 미리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놀랍다. 이곳에는 룰이 너무 많아서, 즐기고 싶은 걸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며 투정을 늘어놓았다.

그런 아본단자 감독의 한국 생활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파트너는 단연 김태희 통역이다. 아본단자 감독이 때로는 넘치는 열정으로 코트 안팎에서 활활 타오를 때, 또 흥이 너무 넘쳐서 경기장 복도에서 노래를 부를 때 눈을 질끈 감은 채 보좌하는 김 통역의 노력은 배구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진심으로 이를 인정했다. 그는 김 통역이 힘든 타지 생활에 큰 힘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엄청난 도움이 된다(Absolutely. For sure). 아마 태희가 없었다면 나는 한국에서 못 살았을 것”이라며 최고의 파트너에게 찬사를 건넸다.

한국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자신을 돕는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 아본단자 감독은 세 번째 정상 등극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무대만은 아니다. 실패를 딛고 자신의 배구를 증명하기 위해 이를 악문 이탈리아 명장의 최종 시험대이기도 하다.

사진_호텔리베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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