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최선을 다한 쿠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실바의 바람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는 지난 16일 오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에서 네 세트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그 결과 46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와 최하위 탈출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GS칼텍스뿐만 아니라 실바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다. 바로 개인 통산 2,000득점과 역대 최초 두 시즌 연속 1,000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 특히 두 시즌 연속 1,000득점은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경기 후 만난 실바 역시 이 기록에 대해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두 시즌 연속으로 1,000득점을 달성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이 기록을 달성함으로써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내가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다만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한 가지 기록이 있으니 바로 트리플크라운이다. 이날 실바는 서브 에이스 6개와 후위 공격 성공 17개를 기록했지만 한 개의 블로킹밖에 잡지 못하며 아쉽게 트리플크라운의 기회를 또 한 번 떠나보내야 했다. 이에 대해 실바는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굉장히 큰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란다고 해서 전부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블로킹을 잘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서 늘 블로킹을 잡고 나면 누구보다 신나 하곤 한다”며 웃었다.
이어 이날의 승리로 최하위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오늘 우리 팀의 목표는 3점을 획득해 6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를 달성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굉장히 좋다. 다만 항상 더 많은 걸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 아니겠나. 당연히 꼴찌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좋지만 더 높은 순위이길 바라기도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시즌 막바지에 최하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바는 최근 계속해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날 역시 실바는 51.28%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실바는 이에 대해 괘념치 않는다고 전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누구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모든 팀의 모든 선수가 그럴 것이다. 내가 제일 힘들거나 덜 힘든 것도 아니다. 그러니 몸을 잘 관리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실바는 “We are players”라며 선수라면 당연한 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팀의 목표가 최하위 탈출이었다면 실바의 동료들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실바가 6라운드 MVP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에 대해 묻자 실바는 한참을 웃다 입을 열었다. “더 말하고 싶지 않다. 딱 한 마디만 하자면 이제는 내가 받을 차례다”라고 말한 실바의 얼굴에서는 장난기 어린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동료뿐만 아니라 실바 개인이 가진 한국에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연 실바에게서는 꽤나 진중한 답변이 나왔다. “코트 안에서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려 한다. 만약 한국을 떠나더라도 팬들이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쿠바 선수’라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 실바의 유일한 목표였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GS칼텍스의 코트 위에는 언제나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선보이는 선수가 있다. 그렇기에 실바의 이름은 오랜 시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