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의 훈장을 받아든 ‘불꽃여자’ 강소휘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어요!”

입력
2025.03.17 13:24


강소휘의 10번째 시즌이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마무리돼가고 있다.

강소휘는 도드람 2024-2025 V-리그 개막과 동시에 가장 주목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9시즌 간 몸담았던 GS칼텍스를 떠나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자부 연봉 상한선인 8억 원을 받는 대형 계약이었던 데다, 리그 최고의 인기 스타의 이적이었던 만큼 강소휘에게는 수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넘치는 응원과 관심, 그리고 부담감 속에 한 시즌을 치른 강소휘는 이제 19일 정관장 원정경기를 끝으로 2024-25시즌을 마무리한다.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훈련장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강소휘는 “정신없이 빨리 흘러간 것 같다. 그래도 시즌 초보다는 후반에 우리 팀이 잘했기 때문에, 유종의 미는 거두면서 시즌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끝을 향해가는 한국도로공사에서의 첫 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사실 강소휘에게 이번 시즌은 코트 안만큼이나 밖에서 받는 압박이 큰 시즌이기도 했다. 조금만 부진하면 ‘8억’이라는 숫자가 강소휘를 따라다니며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강소휘는 특유의 털털함과 씩씩함으로 이를 이겨냈다. 그는 “내가 그렇게까지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시즌 초에는 좀 고생을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그런 문제를 금방 털어낼 수 있었다. 언니들도, 감독님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나보다 이런 상황을 먼저 겪어본 사람들의 조언이라서 큰 도움이 됐다”며 덤덤한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강소휘의 곁에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정신적으로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동생들이 너무 착하다. 언니들도 너무 다정하다. 팀원들 중에 내가 제일 못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웃음). 처음 팀에 적응할 때도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귀여운 동생들을 잘 챙겨주고 싶다. 감독님을 포함한 선생님들도 다 잘해주신다. 덕분에 잘 적응했다”며 한국도로공사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한편 코트 안에서 해결해야 했던 과제들도 다양했다.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신인 세터 김다은과의 호흡을 맞추는 부분이었다. 김다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웃음을 지은 강소휘는 “공격수마다 좋아하는 볼이 다 다르다. (김)다은이가 그 부분을 최대한 잘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나랑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이 좋아하는 볼을 반대로 주는 때도 있긴 하지만, 열심히 해주고 있다. 수비에서도 처음에는 맞고 튀는 게 많았는데, 이제는 코트 위로 띄워주고 있다. 많이 성장했다”며 후배를 대견하게 바라봤다. 



강소휘를 대표하는 무기인 서브에서도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는 시즌이었다. 시즌이 후반부로 갈수록 강서브보다는 완급 조절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다. 강소휘는 “공격 비중이 GS칼텍스 때보다 올라갔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세이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그래서 서브 완급 조절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파이크 서브에 대한 감이 조금 흔들린 게 아쉽다. 다음 시즌에는 다시 강서브 위주로 감각을 살려볼 것”이라며 강소휘만의 스파이크 서브는 곧 돌아올 것임을 알렸다.

그렇게 코트 안팎에서의 시행착오들을 견뎌가며 한 시즌을 건강히 잘 치른 강소휘에게는 두 가지 기록 달성도 따라왔고, 또 따라올 예정이다. 이미 달성한 기록은 개인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이다. 15일 흥국생명전에서 13점을 기록한 강소휘는 이번 시즌 총 538점을 올렸다. 한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기존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인 2017-18시즌의 532점을 이미 경신했다. 그리고 남겨둔 한 경기에 출전할 시 36경기 체제 전환 이후 첫 전 경기 출전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열정과 투지로 똘똘 뭉친 ‘불꽃여자’ 강소휘에게 주어진 투지의 훈장이나 다름없는 기록들이다.

기록 달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강소휘는 “그 동안 36경기 체제에서 꼭 한 두 경기를 잔병치레로 결장했다(웃음). 지금 팀에서는 몸이 좋지 않으면 휴식과 재활을 철저히 챙겨주시기 때문에 부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덕분에 7년 만에 500점을 넘기게 된 것도 기쁘다. 이번 시즌에 정말 열심히 했다는 증표라고 느껴진다”며 미소 지었다.

그런 강소휘에게 듣기에는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답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도 던졌다. 선수 강소휘는 이번 시즌 최선을 다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강소휘는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그렇다. 최선을 다했다. 불태웠다(웃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뭔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여전히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강소휘 개인뿐만 아니라 팀적으로도 생겨났다. 후반기에 60%가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덕분이다. 강소휘는 “이제 우리만의 조직력이 생겼다. (임)명옥 언니가 FA인데, 팀에서 언니만 잘 잡아준다면 다음 시즌에 좋은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는 클러치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볼을 때려보는 시즌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고 어떻게 멘탈을 잡아야 하는지를 깨달은 것 같다. 다음 시즌에 이걸 더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가오는 시즌을 기대했다.



강소휘는 시즌이 끝난 뒤 5월부터 진행될 대표팀 일정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이 3년 연속 브라질 경기로 걸렸다. 이번엔 브라질만 아니길 바랐는데 말이다(웃음). 매년 브라질에 가는 선수들은 맨날 고생하는데, 이번에는 다은이나 (김)세빈이처럼 안 가본 선수들이 꼭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이렇게 힘들다는 걸 꼭 느껴보길 바란다(웃음). 비시즌 기간에 한‧태 올스타전도 있어서 대표팀 선수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가 힘들 듯한데, 몸을 잘 관리해야겠다”며 유쾌한 이야기와 함께 프로페셔널한 준비 태세를 예고했다.

끝으로 강소휘는 “한국도로공사에서의 첫 시즌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홈경기에서 팬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나중에 저에게는 큰 추억이 될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팬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표현했다. 투지의 훈장을 손에 넣은 ‘불꽃여자’ 강소휘를 향한 팬들의 사랑 역시 비슷하게 넘쳐흐르지 않을까.

사진_KOVO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이미지 실시간 인기 키워드
  • 시범경기 취소
  • 이정후 허리부상
  • 홍명보 뮌헨 작심발언
  • 토트넘 3경기 무승
  • 도쿄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