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and good bye! 2024년 배구계를 돌아보다

입력
2025.01.04 17:52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지만 배구인들에게 2024년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다. 지난해가 
유독 기억에 남을 장면이 많은 한 해였기 때문이다. 전설들의 은퇴부터 새로운 별들의 등장까지, 굵직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던 2024년 배구계를 돌아봤다.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 새 왕조 구축한 대한항공

이미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2023-24시즌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는 여전히 강렬한 기억이다. 당시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 직행했던 이들은 ‘새 역사’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둔 상태였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건 이 시즌 ‘오기노 매직’이라 불리며 남자부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OK금융그룹(現 OK저축은행). 같은 해 창단 첫 컵대회 트로피를 품에 안더니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3전2승제)에서도 끝내 ‘업셋’에 성공하며 돌풍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종 관문에서 확인한 대한항공의 체급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상대로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데까지는 단 3경기면 충분했다. 안방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내리 2승을 거둔 대한항공은 적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셧아웃 승리를 가져오며 가뿐히 왕좌에 앉았다.

통합 4연패. 이는 ‘1대 왕조’ 삼성화재조차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 중 대기록이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삼성화재의 통합 3연패(2011-12시즌~2013-14시즌)였다. 이로써 삼성화재에 이어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린 대한항공은 올 시즌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들이 2024-25시즌 통합 5연패라는 목적지에 무사히 연착륙할지 벌써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3년 만의 통합우승, 현대건설의 ‘꿈은 이루어진다’

같은 시즌 여자부에서는 왕관의 주인이 바뀌었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가 정규리그 6위로 일찌감치 왕좌에서 내려온 가운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새로운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격돌했다. ‘카메룬 특급’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이끄는 현대건설과 ‘배구여제’ 김연경이 버티는 흥국생명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현대건설의 완승이었다. 아포짓 모마가 믿을 수 없는 맹활약을 펼친 덕에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상대로 1~3차전을 모두 이겼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다시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편 직전 시즌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김연경은 소속팀과 1년 연장 계약까지 체결하며 한 번 더 도전에 나섰지만, 또다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부는 올 시즌도 벌써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양강 구도가 굳어져 가는 가운데 김연경이 마침내 ‘우승의 한’을 풀지가 하나의 관전 요소다.

 

‘V-리그 산증인’들의 줄 퇴장

남은 원년 멤버는 황연주·임명옥뿐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이 영광의 순간을 만끽한 뒤에는 배구판에 한 차례 ‘작별의 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누군가가 은퇴한다는 건 건 매해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 의미가 컸다. ‘V-리그 산증인’들의 은퇴 릴레이가 이어진 것이다. 남자부에서는 여오현(현대캐피탈)과 박철우(한국전력)가, 여자부에서는 정대영(GS칼텍스)을 비롯해 한송이(정관장)와 김해란(흥국생명)이 은퇴를 결정했다. 이들 모두 프로배구 출범 시즌인 2005시즌부터 코트를 누빈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IBK기업은행 수석코치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여오현은 현역 시절 ‘월드 리베로’로 불렸을 만큼 탁월한 기량을 가진 수비수였다. 수비 13,224개, 리시브 정확 8,005개, 디그 성공 5,219개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현재도 위 세 부문 모두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남자부에 여오현이 있었다면 여자부에는 ‘미친 디그’ 김해란이 있었다. V-리그에서 총 19시즌을 뛰는 동안 디그 성공 11,059개(1위), 리시브 정확 5,059개(2위), 수비 16,118개(2위)를 기록했다.

現 KBS N 해설위원 박철우는 남자부 역대 통산 득점 1위(6,623점)에 빛난다. 현역 시절 내내 외국인 선수와 경쟁이 불가피했던 아포짓 포지션이었음에도 토종 공격수로서 한 획을 그었다. 또 2005시즌 득점상, 블로킹상, 수비상을 모두 휩쓴 ‘엄마 선수’ 정대영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선수였다. 2005-06시즌에는 백어택상도 차지했다. 이런 정대영의 포지션은 다름 아닌 ‘미들블로커’였다. 2012 런던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 한송이도 이들과 더불어 오래도록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이제 V-리그에 남은 원년 멤버는 황연주(현대건설)와 임명옥(한국도로공사)뿐이다.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그대로 여정을 계속하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뜻을 전한다.

 

남자부에 불어닥친 외인 감독 열풍

올 시즌 남자부는 전례 없이 많은 외국인 지도자가 등장했다. 대한항공에 이어 OK저축은행까지 외인 사령탑 선임으로 수혜를 입자 너도나도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모양새다.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KB손해보험까지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면서 2024-25시즌 남자부는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5개 구단 모두 외국인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여자부는 지난 시즌 대비 2개 팀에서 1개 팀으로 오히려 줄었다.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도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자, 페퍼저축은행이 결국 장소연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까닭이다. 흥국생명만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여정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남자부의 경우 외인 감독 열풍으로 볼거리가 다양해진 점은 고무적이나 토종 지도자들의 성장 기반이 약화 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또 시즌 초반 한국전력의 강세와 관련해 외인 감독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현상이 단순 유행에 그칠지, 혹은 최근 침체기에 빠진 남자배구에 또 다른 길을 제시해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연봉 8억 시대 열린 여자부, 첫 주인공은 강소휘

매해 화제가 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지만 올해는 더욱더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강소휘가 GS칼텍스에서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여자부 최초로 연간 보수 총액 8억원(연봉 5억원·옵션 3억원)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특히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강소휘가 비시즌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났을 때,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직접 강소휘가 있는 곳까지 향하기도 했다.

강소휘에 이어 김연경도 원소속팀과 연 총액 8억원(연봉 5억원·옵션 3억원)에 재계약 사인하면서 둘은 이번 시즌 나란히 ‘연봉 퀸’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여자부도 연봉 8억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런 한편 남자부는 한선수(대한항공)가 연봉 7억5000만원, 옵션 3억3000만원으로 총액 10억8000만원에 재계약해 4시즌 연속 가장 많은 보수를 받게 됐다. 팀 동료 정지석이 총액 9억2000만원(연봉 7억원, 옵션 2억20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행운의 1순위’ 손에 넣은 대한항공

지난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주목할 일들이 많았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사건은 역시 대한항공이 단 3.57%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맞이한 대한항공은 망설임 없이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의 이름을 불렀다.

또 이에 앞서 OK저축은행의 ‘레오 재계약 포기’가 한 차례 주목을 낳기도 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추구하는 팀 색깔과 레오의 플레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단 게 이유였다. 이러한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많은 구단이 들썩였고, 레오는 결국 전체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되며 순조롭게 ‘재취업’에 성공했다.

같은 달 진행된 아시아쿼터 선수 드래프트도 짚을 점이 있었다. 시범 운영 성격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2회째를 맞은 올 시즌부터는 아시아쿼터 영입 대상 국가가 아시아배구연맹(AVC) 64개 회원국 전체로 확대됐다. 그러면서 남자부는 특히 이란 출신 선수들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7개 팀 가운데 3개 팀이 이란 선수를 영입했다. 우리카드(알리 하그파라스트·1순위), 삼성화재(알리 파즐리·4순위), 대한항공(아레프 모라디·6순위)이다.

여자부는 현대건설(위파위 시통)과 정관장(메가왓티 퍼티위) 2개 팀이 재계약을 택한 가운데 중국 출신 미들블로커 장 위(등록명 장위)의 행방에 온 시선이 집중됐다. 196cm 장신에 기동력, 테크닉까지 갖췄으니 그럴 만도 했다. 1순위 지명권을 뽑은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일말 고민 없이 장위를 택했다.

 



세대교체 신호탄 쏜 男女대표팀

한국 남녀배구 대표팀은 올 초 ‘세대교체’라는 특명 아래 나란히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은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검증된 자원보다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바람’을 예고했다.

지난 5~6월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 모랄레스호의 목표는 ‘1승’이었다. 이미 이 대회 27연패 불명예 기록을 안고 있던 한국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여정에 올랐다. 출발은 불안했다. 승리 없이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30연패가 됐다. 하지만 이어진 예선 1주 차 4차전 태국전서 ‘1승’을 신고하더니 3주 차엔 다시 한번 프랑스를 꺾고 2승째를 신고했다. 그 끝에 한국은 이번 VNL을 2승 10패, 승점 6으로 마쳤다. 16개 참가국 중 15위였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성적이지만, 체질 개선 움직임과 정지윤(현대건설)이라는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 등 긍정적인 면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6월 바레인에서 펼쳐진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준결승에서 파키스탄에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팀에 주어지는 FIVB 챌린지컵 티켓을 따내진 못했지만, 김지한(우리카드)과 임성진(한국전력) 등 새로운 핵심 전력들이 등장하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기세를 몰아 7월 충북 제천에서 개최된 2024 코리아컵 제천 국제남자배구대회에 나선 라미레스호는 보다 발전된 모습을 뽐냈다. 일본에는 패했지만 브라질, 호주, 중국을 모두 잡아내며 3승1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브라질을 상대로는 32년 만에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대교체 ‘순항’을 알린 라미레스호다.

 

‘눈물의 은퇴식’ 김연경, 태극마크 내려놓다

김연경은 지난 6월 자신의 은퇴식 행사인 ‘KYK 인비테이셔널 2024’를 통해 국가대표 공식 은퇴를 알렸다. 17년간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배구 여제’의 은퇴식답게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첫날인 8일에는 ‘팀 코리아’와 ‘팀 대한민국’의 이벤트 경기가 열렸다. V-리그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라인업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섰던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명단에 포함됐다.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흥국생명), 한송이, 황연주 그리고 팀 코리아의 주장을 맡은 양효진(현대건설), 김해란, 김희진(IBK기업은행) 등이 김연경과 나란히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 나섰다. 이날 경기는 김연경이 이끄는 팀 대한민국이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한 끝에 3세트 70-60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1~3세트 동안 먼저 70점을 획득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행사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 일정이었던 9일에는 더욱 글로벌한 규모로 눈을 사로잡았다. 나탈리아 페레이라, 나탈리아 곤차로바, 안나 라자레바 등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절친’ 김연경의 은퇴식을 빛내기 위해 방한해 ‘세계 올스타전’을 펼친 것이다. '팀 스타'는 김연경이, '팀 월드'는 나탈리아 페레이라가 각각 주장을 맡은 가운데 경기는 김연경의 ‘팀 스타가’ 70-68로 신승을 거뒀다. 경기 진행 방식은 전날과 같았다.

김연경은 첫날 이벤트 경기가 끝난 뒤 이숙자, 이효희, 김사니, 임효숙, 한유미, 한송이, 김해란, 황연주, 양효진, 김수지와 함께 팬들 앞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가졌다. 선수들과 팬들에게 늘 단단하고 강한 모습만 보여왔던 김연경은 이날 “울컥하지 않으려 했는데 얘기하니까 (눈물이) 약간씩 올라온다”며 한동안 울먹거리기도 했다. 아리 그라사 FIVB 회장은 영상 편지를 통해 “나는 김연경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훌륭한 롤모델이며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우리는 코트에서 보여준 그의 에너지와 헌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김연경을 향한 찬사를 보냈다.

 



伊 명문 몬차, 이우진과 함께 한국을 찾다

지난 9월 7일부터 8일까지 수원실내체육관은 배구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2024 한국-이탈리아 글로벌 슈퍼매치 수원대회’를 보기 위해 구름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건너온 손님’ 이탈리아 몬차를 상대로 ‘V-리그 남자부 통합 4연패’ 대한항공과 허수봉(현대캐피탈), 신영석(한국전력), 정지석(대한항공) 등이 포진한 ‘팀 코보 올스타’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가 큰 관심사였다. 양일 합쳐 약 5,500명의 관중이 이를 지켜봤다.



몬차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남자배구 1부리그, 컵대회, 유럽배구연맹(CEV) 챌린지컵을 모두 준우승한 팀이다. 대회 1일 차 대한항공이 이에 먼저 맞섰다. 모두의 예측을 뒤엎고 대한항공이 3-1 낙승을 거뒀다. 특히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양팀 최다 21점을 맹폭하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다음날 몬차는 자존심 회복을 다짐했지만 ‘팀 코보 올스타’의 삼각편대 허수봉(현대캐피탈), 신영석(한국전력), 전광인(현대캐피탈)의 맹활약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이들은 각 14점, 12점, 11점을 올리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용 및 결과와는 별개로 국내팬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몬차 유니폼을 입은 ‘한국 남자배구의 희망’ 이우진을 보는 일이었다. 이우진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한국에 30년 만의 FIVB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안기며 처음 주목받았다. 공수 양면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대회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에 뽑히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본 한 이탈리아 에이전트의 제안으로 이우진은 지난해 11월 인턴 신분으로 몬차에 입단,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3월 정식 계약까지 성공했다. 그런 뒤 이번 슈퍼매치를 통해 몬차 입단 후 첫 공식 경기를 치렀다.

 

‘창단 최초 4강’ 상무, 이변 가득했던 컵대회

올해 컵대회는 경남 통영에서, 시즌 개막 직전인 9~10월간 열렸다. 이 덕분에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를 모두 기용해 보며 2024-25시즌 대비 최종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었다.

이번 컵대회는 남녀부 각 8개 팀이 우승컵을 놓고 격돌했다. 남자부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여자부는 일본 야마가타 아란마레가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 가운데 상무는 지금은 전역한 임재영(대한항공) 등을 앞세워 올해 창단 첫 컵대회 4강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준결승에서는 대한항공에 아쉽게 패했지만, 새 역사를 쓰는 데 성공한 상무다.

결승전에서는 삼성화재를 꺾고 올라온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꺾고 11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허수봉은 대회 MVP에 선정되며 기쁨을 더했고, 라이징스타는 수련선수 출신 세터 이준협(현대캐피탈)이, MIP는 요스바니가 각각 차지했다.

한편 여자부는 현대건설이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이 됐다. 한 해에만 두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현대건설이다. MIP와 라이징스타는 정관장의 반야 부키리치와 신은지가 각각 수상했다. 또 여자부에서는 약체로 꼽힌 GS칼텍스가 4강에 오르고, 강호 흥국생명이 조별리그 탈락하는 등 의외의 결과들이 많았다.

 

‘새 얼굴’들의 등장, 올해 최대어는 누구였나

올해도 어김없이 ‘새 얼굴’들이 V-리그에 입성했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누가 있었을까.

남자부는 드래프트가 열리기도 전부터 김관우(천안고)와 최준혁(인하대)을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196cm 장신 세터인 김관우는 한 살 위인 이우진, 윤서진(KB손해보험)과 함께 새로운 황금세대를 이끌어 갈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큰 키답게 볼 줄기가 시원시원하고, 서브와 블로킹에도 일가견이 있다. 203cm 미들블로커 최준혁 또한 지난 6월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일찍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지명권 두 장을 추가로 확보했던 대한항공이 구슬 추첨을 통해 1순위, 2순위, 7순위 지명권을 얻어 김관우와 최준혁을 연달아 호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관우는 고졸 선수로는 처음으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다.

여자부는 김다은, 이주아(이상 목포여상), 최유림(근영여고)이 프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전체 1순위의 영광은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179cm 장신 세터 김다은에게 돌아갔다. 신체 조건이 워낙 좋아 토스에 힘이 잘 실려 있고, A퀵부터 백C퀵까지 다양한 구종을 능숙하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유림과 이주아는 한솥밥을 먹게 됐다. 나란히 각각 전체 2순위, 3순위로 GS칼텍스의 부름을 받았다. 프로 관계자들은 미들블로커 최유림은 190cm 장신에도 기동력까지 갖춰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 또한 동 나이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보유한 유망 자원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이미 V-리그 데뷔전을 치른 상태다. 모두가 ‘새 얼굴’들의 프로 무대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지난 10월 막을 올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역시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여자부 흥국생명이 나란히 1라운드를 1위로 마치는 등 벌써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남녀부 할 것 없이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들이 줄줄이 교체되는 등 리그의 판도를 흔드는 사건도 많았다. 다가온 2025년도 배구판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이유다.

정들었던 2024년도 저물고 어느덧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2025년 배구계는 또 어떤 모습일까,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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