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기관차 흥국생명이 정관장을 4연패에 몰아넣었다.
흥국생명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을 3-0(25-16, 25-21, 25-22)으로 완파하고 8연승을 질주했다. 어느덧 12월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패배가 없는 흥국생명이다. 김연경-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 듀오가 좌우에서 정관장의 블로커들을 무너뜨렸고,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와 김수지도 중앙에 두터운 벽을 세우며 승리에 기여했다. 팀적으로 훨씬 우위에 선 수비 조직력도 승리의 열쇠였다.
정관장은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공백을 메우는 데 실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메가를 대신해 아포짓으로 나선 이선우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지나치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고, 염혜선과 공격수들 간의 호흡도 유독 심하게 흔들렸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공격에서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었다. 결국 현대건설-흥국생명 상대 4연전을 씁쓸한 전패로 마무리하게 된 정관장이다.
1세트 정관장 16-25 흥국생명
[주요 기록]
공격 성공률: 정관장 26.47% - 흥국생명 44.44%
범실: 정관장 6개 - 흥국생명 3개
메가가 결장했음에도 정관장의 경기 초반 기세는 오히려 더 뜨거웠다. 3-1에서 부키리치와 이선우의 연속 블로킹으로 빠르게 4점 차 리드를 잡았다. 6-3에서도 표승주가 투트쿠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6-9에서 투트쿠의 백어택 연타와 피치의 서브 득점으로 늦지 않게 격차를 좁혔고, 10-9에서 이고은이 부키리치를 겨냥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10점대에서 두 팀의 눈높이가 다시 맞춰졌다. 기세가 오른 흥국생명은 내친김에 리드를 뺏어버렸다. 이선우의 공격 범실과 김연경의 반격이 연달아 나왔다.
흥국생명은 15-11에서 부키리치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17-12에서는 정윤주의 공격 범실이 비디오 판독을 거쳐 터치아웃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18-13에서 결정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부키리치의 서브에 김연경의 리시브가 흔들렸지만, 신연경의 허슬 플레이와 정윤주의 3단 처리가 이어졌고 뒤이어 나온 정호영의 속공은 피치가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흥국생명이 극적인 득점에 성공했다. 여기에 피치의 이동공격까지 더해지며 20점에 올라선 흥국생명은 큰 위기 없이 세트 후반부를 풀었고, 24-16에서 김연경의 마무리 한 방이 터지며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정관장 21-25 흥국생명
[주요 기록]
블로킹: 정관장 3개 - 흥국생명 5개
흥국생명 투트쿠-김연경: 총 15점 합작
2세트 초반에도 흥국생명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정관장이 염혜선과 공격수들의 사인 미스로 고전하는 사이 착실히 득점을 쌓으며 2~3점 차의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흥국생명도 한 차례의 고비를 맞았다. 7-5에서 피치 쪽의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박은진과 표승주에게 블로킹을 내줬다. 결국 흥국생명의 초반 리드는 사라졌고 이내 입장이 바뀌어 정관장이 근소한 리드를 쥔 채로 세트 중반부를 향해갔다.
흥국생명은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직전에 다시 힘을 냈다. 13-14에서 투트쿠의 반격과 김연경의 서브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뺏었다. 이후 16-16에서 정윤주의 블로킹과 이고은의 다이렉트 공격이 이어지면서 흥국생명의 분위기가 더욱 올라왔고, 19-18에서 김연경이 연타로 득점을 올리며 20점 고지에도 선착했다. 20점대 진입 이후 정관장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틈을 타 계속 격차를 벌린 흥국생명은 24-21에서 원 포인트 서버 정수지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2세트도 승리를 거뒀다.
3세트 정관장 21-25 흥국생명
[주요 기록]
15-13: 박은진 공격자 오버네트 -> 오버네트 비디오 판독 -> 판독 결과 이고은 세터 오버네트
흥국생명 김연경: 22-21에서 연속 득점
고희진 감독은 결국 이선우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옮기고 부키리치를 아포짓에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3세트 초반의 흐름은 또 다시 흥국생명이 잡았다. 김연경이 세트 시작과 동시에 맹공을 퍼부었고, 4-1에서 김수지의 다이렉트 공격까지 폭발하며 손쉽게 우위를 점했다. 그러자 정관장이 빠르게 반격의 고삐를 당겼다. 3-6에서 박은진의 블로킹과 부키리치의 서브 득점이 연달아 터졌다. 그렇게 두 팀 간의 간격이 별로 벌어지지 않은 채 세트 초반이 흘러갔고, 11-10에서 투트쿠의 연속 범실이 나오며 정관장이 어부지리로 리드를 잡았다.
15-13에서 박은진의 공격자 오버네트가 비디오 판독을 거쳐 이고은의 세터 오버네트가 되면서 정관장은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도 선착했다. 그러나 16-14에서 이선우와 부키리치의 연속 범실이 나오면서 정관장의 리드는 금세 지워졌고 두 팀이 다시 한 번 붙어가는 접전을 벌였다. 결국 두 팀은 우여곡절 끝에 20-20에서 다시 한 번 눈높이를 맞췄고 중요한 한판 승부를 벌였다. 그리고 승부처에서는 역시나 김연경이었다. 22-21에서 결정적인 반격 두 방으로 게임을 흔들었다. 김연경은 24-22에서도 끝내기 한 방을 책임지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