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이라는 선수가 있어서 부담없이 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정지석이 마침내 리베로 유니폼을 벗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코트 위에 올랐다. 정지석은 5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1라운드 KB손해보험과 홈경기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해 19점 활약을 펼쳤다. 공격 점유율은 26.15%, 공격 효율은 26.47%였다. 리시브 효율은 36.36%를 기록했다. 범실은 5개였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경기에 나선 가운데 5세트 접전 끝에 3-2(25-19, 22-25, 27-29, 25-22, 15-8)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2연승을 질주하며 3승2패(승점 10) 기록, 2위를 차지했다.
정지석은 비시즌 내내 부상으로 인해 재활에 집중했다. 지난 9월 통영 컵대회에서는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공격을 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 시즌 개막 후에도 4경기 연속 리베로로 나섰다. 개막 5경기 만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격했다.
정지석-정한용-김준호로 시작한 대한항공은 정지석-정한용-곽승석 조합으로 5세트를 마쳤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원래 포지션으로 복귀를 해서 기쁘다. 공식 경기는 오래만이었는데 더 좋아질만한 기량이 충분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지석은 “리베로로 출전을 해서 경기 감각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1세트 때 오버페이스를 했는지 2세트부터 호흡이 딸리기 시작했다. 다시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데 애를 먹었지만, 한용이가 열심히 해준 덕분에 이긴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한용이도 알겠지만 괜찮은 몸 상태로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도 있었다. 서브 코스 공략도 준비했는데 상대 선수 사이에 운 좋게 떨어져서 득점이 났다. 훈련도 있었고,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리베로로 보낸 시간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정지석은 “처음에는 후배 리베로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이라 들어간 것이다. 인정을 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리베로 선수들보다 기술이 특별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경기에 더 많이 뛰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안 들도록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신나게 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애들한테 미안했다. 심지어 (강)승일이랑 같은 방이다”고 전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복귀하면서 리베로 강승일과 송민근을 기용했다. 나란히 프로 3년차 강승일과 송민근이다. 경험을 쌓고 있는 과정이다.
아울러 정지석은 “리베로의 움직임도 다르다. 처음에 힘들었던 것은 어택라인에서 토스를 하는 것이다. 훈련 때 실수도 나오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낯설었던 것 같다”면서 “리베로는 스스로 득점을 낼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정말 힘든 자리라고 느낀다. 그동안 리베로들이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두 명의 외국이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한용이 팀 내 최다인 26점을 터뜨리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했다. 정지석도 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는 “작년에도 외국인 선수 없이 뛰는 상황들이 있었다. 일단 우리 팀에는 정한용이라는 선수가 있으니 부담없이 했다. 왼쪽도, 오른쪽도 된다. 트리플크라운도 했다. 육각형 선수가 돼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된 선수다. 올해는 한용이 믿고 간다. 오늘도 한용이 덕분에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아낌없는 칭찬을 남겼다.
2001년생 정한용이 공수 양면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아온 정지석도 정한용 그리고 팀원들을 믿고 코트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