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인도네시아에게 충격적인 경질을 당한 신태용 감독의 유산이 사라진다.
신임 패트릭 클라위베르트 감독이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클라위베르트는 12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플랜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지난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공식적으로 클라위베르트를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네덜란드 감독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여기에는 계약 연장 옵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클라위베르트는 알렉스 파스투르, 데니 란자트 등 네덜란드 출신 코치들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현지 코치 2명이 보조 코치로 나설 것"이라고 코칭 스태프 구성도 완료됐다고 알렸다.
충격적인 결정이다. 인도네시아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감독으로서 마땅한 커리어가 없는 초짜 감독을 앉힌 셈이다.
PSSI는 신 감독 경질 이틀 뒤인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고 알렸다. PSSI에 따르면 클라위베르트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계약에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계약 기간은 2년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PSSI는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알렉스 파스투르, 데니 란자트 등 네덜란드 출신 코칭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고 인도네시아 현지 코치 두 명이 사단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히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12일에 새 감독이 올 거라고 밝히면서 이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어린 시절부터 네덜란드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꼽혔던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선수 시절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와 세계적인 구단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의 지도자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도 79경기를 뛰는 동안 40골을 터트려 한동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골 보유자로 있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클라위베르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승인 루이스 판 할 감독 아래 코치를 맡아 네덜란드의 깜짝 3위에 보탬이 됐다. 이후 2015~2016년 북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령 퀴라소 대표팀을 맡았지만, 비중 있는 국가대표팀 혹은 클럽 지도자를 한 적은 없다.
지난해 7월 튀르키예 아다나 데미르스포르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프로구단 지휘봉을 잡았으나 6개월 만에 경질됐고 지금은 무직이다.
신 감독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초라한 지도자 경력이다.
성남일화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일궈냈고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소방수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잡는 등 선전을 보였다.
신 감독은 이어 2019년 말 인도네시아에 온 뒤 코로나19로 축구 환경이 쑥대밭이 되는 상황에서도 5년간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등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까지 겸임하며 인도네시아의 젊은 자원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물론 당시 인도네시아 개최가 확정됐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후 FIFA가 개최 취소하고 U-17 월드컵 개최)에서의 선전을 위해 인도네시아는 전략적으로 신 감독에게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까지 맡겼고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일찍 대표팀에 콜업시켜 성인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인도네시아가 종교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의 입국을 반대하면서 U-20 개최권이 박탈돼 출전하지 못했지만, 신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국가대표팀(A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고, 이는 인도네시아가 이들을 이끌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동남아 국가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선 엄청난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8강에서 떨어트리고 사상 처음 4강에 진출한 것이다.
내친김에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했다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해 본선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FIFA 랭킹 140위권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4강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대형 이변이었다.
이에 PSSI는 신뢰를 보냈고 지난해 5월엔 2027년까지 3년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신 감독이 긴 시간 만들어낸 성과는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위한 '구국의 결단'처럼 이를 포장했다.
명분은 2024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AFF컵)에서의 부진이었다. 신태용호는 연령별 대표팀이 나섰지만, 성인 대표팀이 나선 타 국가에 밀리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대표팀의 역동성이 발전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선수들과 합의 된, 더 나은 전략을 갖고 있고 더 나은 의사소통,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확인했다"라고 신 감독의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간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네덜란드-인도네시아계 귀화 선수 중 일부와 신 감독의 마찰이 이번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를 떠나게 됐다면 신 감독의 업적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클라위베르트는 점령군처럼 굴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현지 매체 '비바'는 "클라위베르트가 신태용의 흔적을 확실히 지울 것"이라면서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크게 3곳에서 변화를 단행할 것이라고 외쳤다.
클라위베르트는 우선 "소속팀에서 정기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했다. 이는 신 감독이 소속팀 출전 시간에 상관없이 조직력과 전체적인 기량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던 신 감독의 스타일을 전면 부정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 리그 수준이 낮고, 신 감독의 경우 부임 때 단행한 세대교체의 연속성을 추구하고자 소속팀 출전 시간이 적어도 기본기가 훌륭하면 뽑았는데 클라위베르트는 이런 사정도 모르고 소속팀 출전을 우선으로 둔 것이다.
매체는 그러면서 "신 감독은 종종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신뢰했다"고 했다.
클라위베르트는 이어 두 가지 변화를 더 예고했다. 하나는 공격적인 전술 변화와 다른 하나는 백4 수비라인이다.
비바에 따르면 클라위베르트는 "생존 위주의 신태용 스타일을 공격적이고 주도하는 스타일로 바꿀 것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우리 팀이 좋은 포지셔닝을 하면 좋다"고 했다. 이어 "기존 3-4-3 포메이션을 4-3-3 포메이션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4-3-3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스승인 판할 감독이 잘 구현했던 전술이어서 이것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클라위베르트는 신 감독의 축구를 빠르게 지워 오는 3월 아시아 3차 예선 7~8차전에 임하겠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는 호주, 바레인과 격돌한다.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