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축구만큼 글로벌화가 잘 된 종목도 없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외국인 지도자가 유리한 게 사실인데 소통을 문제 삼은 곳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신태용 감독이 갑작스럽게 쫓겨났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지난 6일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며 "이번 결정은 장기적이고 신중한 평가를 통해 내려졌다"며 "이제는 질적 도약이 필요할 때다. 월드컵 본선 진출 숙원을 위해 더 정확하고 일관된 프로그램을 갖춘 감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웠지만 후임이 신태용 감독과 비교할 수 없는 지도자 경력을 보여줘 의문을 안긴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지난 8일 네덜란드 레전드 출신의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클루이베르트는 선수 시절 아약스, AC 밀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유럽 최정상 구단에서 뛰었던 공격수다.
분명 현역만 따졌을 때는 클루이베르트의 이름값이 신태용 감독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지도자는 다르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통해 능력을 잘 보여줬다. 인도네시아를 지도한 6년 동안 하루가 다르게 아시아 강호와 격차를 좁혀왔다.
신태용 감독은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겸임하면서 15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U-23 아시안컵 최초 진출을 이뤄냈다. U-23 아시안컵에서는 최초 4강에 오르면서 파리 올림픽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여러 가시적인 성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계단 상승 등도 해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시켰고, 첫 승과 첫 승점도 획득했다.
반대로 클루이베르트는 네덜란드와 카메룬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로 오래 일했다. 감독으로는 퀴라소와 아다마 데미스포르(튀르키예)를 이끌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모두 단기간에 경질됐다. 지도자로 보여준 게 없는 클루이베르트라 인도네시아 팬들도 감독 교체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짜여진 판으로 보인다. '더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네덜란드 출신 귀화선수가 신태용 감독에게 항명하자 소통을 문제 삼아 네덜란드 태생인 클루이베르트를 데려오기로 했다. 네덜란드 귀화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을 이루면서 감독까지 같은 출신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매체는 "신태용 감독은 네덜란드 귀화선수들과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귀화선수 중 한 명이 신태용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 불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이런 연장선으로 현지 클럽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아즈룰 아난다 CEO도 'NTV 뉴스'를 통해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을 운영하며 보여준 노고에 감사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의사 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신태용 감독은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모른다. 이를 통역하려면 한국어-인도네시아, 한국어-영어, 인도네시아-영어를 모두 거쳐야 해 아주 복잡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에는 다양한 언어를 할줄 알아야 한다. 특히 외국인 지도자는 더욱 그렇다. 다국어를 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수준이 될 수 없다"며 "네덜란드 출신을 데려온 토히르 회장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 귀화선수를 모으는데 투자한 만큼 직접 소통 가능한 감독도 필요했다"라고 팔이 안으로 굽는 모습을 보여줬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