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현 회장 정몽규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3일 오후 YTN라디오 뉴스FM의 '이슈앤피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국정감사를 보면서 "상당히 부끄러웠다"며 한국 축구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허 전 감독은 "축구인의 자존심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하며 축구협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현 집행부에서는 축구인이 할 일이 거의 없다"며 "전문가들이 소외된 상황에서 엉뚱한 행정을 펼친다면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가 독선적이라고 비판하며, 지난 12년 동안 이어진 정 회장 체제에서 "고인 물은 썩는다"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했다. 허 전 감독은 "협회에서 모든 일이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개인이나 임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젠 변화할 때다"라며 "좀 더 강한 대한민국 축구, 사랑받는 한국 축구가 되기 위해 플랫폼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공약을 밝혔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와 기술발전위원회 등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투명, 공정, 동행, 균형, 육성'을 골자로 하는 시스템 행정을 약속했다.
허 전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게 "그만하시라"라고 직격하며, "한국 축구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이 하셨는데, 언제까지 회장을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하며, 정 회장의 조력자에게도 "양심이 있다면 국민과 축구 팬을 위해 이제 그만두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허 전 감독은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재임 당시 정몽규 회장과의 협업이 답답했다고 회고하며, "회의할 때 의사결정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의 비판에 대해 허 감독은 "그러니까 내가 (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답하며, 정 회장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허 감독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선거가 끝나고 만약 내가 책임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 가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경험을 돌아보며, 앞으로 한국 축구의 목표는 원정 8강, 4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허 전 감독은 이날 출마를 선언한 신문선 교수에 대해 "축구 해설을 비롯해 축구계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신 훌륭하신 분"이라고 평가하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인물들의 참여를 반겼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