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민심은 한국 축구 행정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민 끝에' 4선 도전을 결심한 정 회장은 첫 발을 뗀 순간부터 찬물을 얻어맞았다.
국민 60% 이상이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다. 리얼미터가 축구콘텐츠 업체 '달수네라이브'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 회장 4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에 달했다.
반면 4연임에 찬성하는 비율은 22.3%였다. 16.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3년 치열한 경선 끝에 대한축구협회장에 처음 당선된 정 회장은 이후 2017년과 2021년에 단일 후보로 출마해 무혈입성했다.
이번엔 다르다. 지난해 승부조작범 등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아시안컵 유치전 참패, 올해 남자축구대표팀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등 두 축구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에서의 난맥상 등 각종 실정과 참사가 이어지면서 정 회장의 대안론이 급부상했다.
그런 가운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원정 16강행을 이끈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축구해설가로 인기를 얻었으며 성남FC 대표이사를 지냈던 신문선 위원이 도전장을 내밀했다.
정 회장의 책임론이 나오는 주된 이유에 대해선 '독단적인 운영 체계'라는 응답이 30.8%로 드러났다. 집행부의 무능력·무원칙(27.1%),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16%),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8.6%)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정 회장은 주요 실정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차기 축구협회장 적합도에선 1위로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박지성 JS 파운데이션 이사장이 35.9%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이미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감독이 19.5%, 지난 8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때 내부고발을 했던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박주호 해설위원이 13.1%로 나타났다.
정몽규 회장은 7%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5.8%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신 교수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 공식 선언 전 진행됐다. 신 교수는 3일 출마 선언을 했다.
민심은 정몽규 회장을 외면하고 있지만 그는 4선 도전을 결심하고 최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2일 후보자등록의사표명서에 서명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자동으로 직무 정지 상태가 됐다.
현 회장이 차기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임기 만료일 50일 전에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을 축구협회에 밝혀야 한다. 2일은 임기 만료일인 2025년 1월 21일의 50일 전이었다.
아울러 정몽규 회장은 접수 마감 시한인 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심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 여부, 재정 기여 등을 고려해서 심사하는데,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기면 되기 때문에 통과는 거의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체육단체장 3선 이상에 도전하는 인물이 치러야 하는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면 후보 등록 기간인 이달 25∼27일을 전후해 지난 임기 동안의 소회와 4선 도전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리며, 그에 앞서 선거운영위원회가 내달 12일 구성돼 본격적인 선거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새 회장 임기는 내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다.
민심과 달리 '축심'은 여전히 정몽규 회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게 축구관계자들의 평가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 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200여명으로 이뤄진다. 현직 회장이 출마할 경우 상당히 유리하도록 선거인단이 구성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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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