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목동, 조용운 기자] 전북 현대가 전진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 이랜드를 어렵사리 따돌렸다.
김두현 감독이 이끈 전북은 1일 오후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이랜드와 펼친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4 1차전에서 2-1로 이겼다. 티아고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은 뒤 후반 오스마르에게 동점골을 내줘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종료 7분 전 전진우의 결승골로 안도했다.
전북은 이제 일주일 뒤 장소를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2차전을 치른다. 1차전 승리에 따라 2차전에서는 최소한 무승부만 기록해도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다.
전북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북은 한동안 1부리그에서도 절대 1강으로 불려왔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콘셉트를 구단 철학으로 삼아 K리그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곧잘 우승했다.
올해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형성하더니 감독 교체를 단행하고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국 10승 12무 16패 승점 42점으로 절반의 승률도 거두지 못하고 10위로 마쳤다. 전북이 10위를 기록한 건 2006년 11위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순위다. 지금과 같은 스플릿이 도입된 2012년 이후에는 최초 파이널B 경험이다.
그나마 정규리그 막바지 다이렉트 강등이 달린 최하위는 벗어났지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창단 처음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랜드를 만났다. 이랜드는 K리그2에서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도달했다. 기세면에서는 전북보다 좋다는 게 껄끄럽게 다가왔다.
신중하게 1차전에 임했다. 전북은 티아고, 김진규, 문선민, 이영재, 한국영, 권창훈, 김태현, 연제운, 박진섭, 안현범, 김준홍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김두현 감독은 "선수들은 결의에 차 있다. 이 상황을 힘들어하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의욕이 너무 앞서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퇴장이나 경고 누적이 나올 수 있다. 도전을 받는 입장인데 안주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기세를 앞세운 이랜드도 이준석, 김신진, 몬타뇨, 서재민, 백지웅, 박민서, 김민규, 김오규, 오스마르, 이인재, 문정인으로 응수했다. 김도균 감독은 "전북이 상대로 결정되기 전부터 지켜봤다. 예상한 대로 나왔고, 하늘과 땅 차이는 아니"라고 자신했다.
마음가짐대로 포문은 이랜드가 열었다. 킥오프와 함께 몬타뇨의 슈팅이 전북 골문 옆그물을 흔들었다. 다만 이랜드의 기세는 전북이 긴장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후부터 전북이 일방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김진규와 권창훈이 슈팅을 시도하며 반격을 알렸다.
이랜드는 장시간 수비에 집중했다. 간간이 볼을 가로채면 몬타뇨와 이준석을 활용해 측면 돌파에 매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전반 중반 들어 몬타뇨와 이준석의 위치를 바꿔봤으나 답답한 흐름은 유지됐다. 전반 22분 박민서가 하프라인에서 김준홍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장거리 슈팅을 시도한 게 그나마 위협적인 시도였다.
전북은 계속 몰아쳤다. 점유하는 시간에 비해 확실한 슈팅 시도가 없던 전북이었는데 전반 38분 정교한 연계 플레이로 기선을 잡았다. 페널티박스 아크 부근부터 권창훈과 문선민을 거쳐 티아고로 이어지는 패스워크가 일품이었다. 티아고는 문선민에게서 넘어온 로빙볼을 차분하게 밀어넣어 스트라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북이 이랜드에 유효 슈팅을 내주지 않고 전반을 마치면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랜드는 후반에 강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전반에 비해 후반 득점이 3배가량 많았던 이랜드는 하프타임에 브루노 실바와 변경준, 채광훈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3명을 바꾸고 오스마르도 허리로 올리면서 변화를 준 게 효과를 봤다.
후반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이랜드가 발톱을 드러냈다. 전북에 맞불을 놓기 시작했고, 서서히 상대를 뒤로 밀어냈다. 후반 3분 만에 동점골도 뽑아냈다. 박민서가 올려준 코너킥을 오스마르가 머리로 받아넣어 1-1을 만들었다. 오스마르는 올 시즌 세트피스에서만 7골을 터뜨린 걸 포함해 K리그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골을 중요할 때 달성했다.
흐름이 이랜드로 완전히 넘어갔다. 당황한 전북은 김태환과 김하준, 전진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달라진 분위기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았다. 계속 어수선한 전북을 상대로 이랜드는 탄력 좋은 브루노 실바의 돌파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때마다 전북은 위기에 몰렸고, 오스마르의 슈팅에 김준홍 골키퍼가 선방한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전북은 마지막으로 홍정호와 이승우 교체 카드까지 사용했다. 홍정호가 들어가면서 전북은 센터백이 4명에 달하는 기형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박진섭을 3선으로 올리긴 했으나 사실상 1차전을 지키고 전주에서 결정하겠다는 의도였다.
전북이 뒤로 물러서자 이랜드는 마지막까지 파고 들었다. 틈을 보던 전북이 후반 38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두현 감독이 후반에 넣은 교체카드가 득점을 합작했다. 김태환이 측면 돌파 이후 크로스를 올렸고, 헤더를 시도한 전진우의 어깨를 맞고 들어가면서 이랜드의 기세를 누르는데 성공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