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김도용 기자 = 롤러코스터 같은 2024년을 보낸 이순민(30‧대전하나시티즌)이 아픔을 보약으로 삼아 내년에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21일 대전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순민은 "올해를 돌아보면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있었다. 하지만 다 뜻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배우고 성장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올 시즌을 회고했다.
이어 "초반에 부상을 당했고, 이민성 감독님은 떠나셨다. 스스로에게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 실망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후련하게 웃으면서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순민은 올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 1월 개막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다. 또한 광주FC에서 대전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큰 부상을 당하면서 오랜 시간 고생했다. 이순민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에서 발목을 다쳐 1개월 이상을 재활과 회복에 전념했다. 이순민은 복귀한 뒤에도 후유증 때문인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순민이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동안 대전은 부진을 거듭,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이순민은 "아시안컵 출전으로 프리시즌을 보내지 못한 부분도 올해 경기력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다. 아시안컵에서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새 팀에 합류한 뒤에도 동계 훈련을 오랜 시간 하지 못해 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여러 애로사항이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순민은 "프로 데뷔 후 부상으로 시즌 중에 이렇게 오랜 시간 못 뛰어본 적이 없었다. 부상을 당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열심히 준비하고 관리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깨달았다. 개선해야 할 점도, 어떻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더불어 "남아 있는 축구 인생을 길게 봤을 때는 2024년은 전진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랩 할 때 사용하는 이름 '위로'처럼 위로 더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이순민의 경기력은 8월 들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이순민이 제 기량을 되찾자 대전은 중원에서 활기를 띠었다. 명재용 대전 수석코치는 "(이)순민이가 시즌 막판 희생하며 팀에 큰 힘이 됐다"고 이순민의 활약을 칭찬했다.
8월 이후 대전은 7승 3무 2패를 기록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개막전 기대했던 상위권 도약은 무산됐지만 내년에도 K리그1에서 뛸 수 있다는 점은 대전에 반가운 결과다.
반등한 팀의 중심에 있었던 이순민은 "팀의 문화가 잔류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초반부터 성적이 안 좋고 순위가 떨어져도 (오)재석이형, ㈜세종이형 등과 경기에 뛰지 못하는 (정)산이형, (공)민현이형 등이 늘 솔선수범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고참들이 팀이 와해하지 않도록 끈끈한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 줬다"며 내부 결속이 잔류에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웃으면서 2024년을 마친 이순민은 2025년 다시 도약을 노린다. 올해 부상과 부진 탓에 멀어진 태극마크도 이순민의 목표 중 하나다.
이순민은 "최근 대전 생활에 만족한다. 대전의 방향성을 본다면 더욱 발전하고, 잘 돼야 하는 구단이다. 대전이 더 높은 수준의 팀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늘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생각하기 때문에 2025년 대전과 나는 더 발전될 것이라고 믿는다. 팀은 더욱 높은 곳으로 성장할 것이고 나도 함께할 것"이라며 대전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함께 성장을 다짐했다.
이와 함께 이순민은 대표팀 발탁과 관련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이순민은 "대표팀은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이다. 직접 겪은 대표팀 생활도 너무 행복했다"면서 "이런 경험 때문에 대표팀에 한 번 소집된 뒤에는 소집 명단에 이름을 없으면 실망하고 불행했다. 스스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태극마크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이순민은 "지난해 대표팀에 처음 뽑힐 수 있었던 것은 광주의 성적이 좋았고, 내가 그 안에 열심히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대전을 위해서 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다시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소속팀에 집중하며 다시 대표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