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정부까지 나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정면으로 지적한 가운데 4선 도전을 고민 중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어떤 돌파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 발표를 했다.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으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자 문체부는 절차상의 문제를 살피기 위해 7월 말부터 감사를 벌여왔다.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홍 감독은 물론 전임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축구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 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에 올린 최종 후보군을 추린 뒤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자 이 이사가 이후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 감독 면접 과정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
이 이사는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이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해외에서 면접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났고 그를 1순위로 보고했다. 문체부는 이 이사가 홍 감독 면접 과정에서 사전 인터뷰 질문지와 참관인 없이 이사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두 외국인 감독을 대상으로 한 면접과 달랐다.
최 감사관은 “(정몽규 회장이 외국인 지도자들을) 다시 면접하고 유럽에 가서 더 검토하라고 한 부분 때문에 정 위원장이 역할의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 추천이 완료됐다면 협회가 (그대로) 협상하면 되는데 그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게 가장 큰 논란의 불씨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는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 회부를 요청하거나 서면 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데 유감을 표했다고 문체부는 전하면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전력강화위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가 발표 되면서 축구협회의 향후 움직임과 정 회장의 결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단 언제까지 시정해야 한다거나 하는 강제성은 없다. 최 감사관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는 “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축구협회에서 바로잡을 여러 방법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브리핑 뒤 별도 설명을 통해 “축구협회의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체부는 문책 요구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공은 정 회장에게 넘겨진 셈이다. 2021년 초 3선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4선 도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난달 24일 국회 현안 질의 때 관련 질문을 받은 정 회장은 “내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4선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 문체부 감사 결과에 마냥 눈감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 업무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 이사가 추천된 후보와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며 문체부의 지적을 반박했다. 협회는 “외국 감독들을 만날 때도 4명이나 되는 인원을 출장 보냈다. 만남의 방식은 다를 수 있으며 이를 특혜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문체부가 우려를 표한 부분을 적극 고려해 규정 세칙을 신규 제정하거나 보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