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논란 속에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의 A매치 복귀 무대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졸전 끝에 약체 팔레스타인과 비기면서 비난의 화살은 더욱 쏟아졌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이 시작부터 꼬였으니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는 축구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첫 단추인 동시에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었다.
지난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뽑힌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벨기에전(0-1 패) 이후 10년 만에 A매치 지휘봉을 잡았는데, 씁쓸한 결과를 냈다.
첫 상대가 강팀도 아니다.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은 한국(23위)보다 73계단이나 낮은 약체로, 한국이 속한 B조에서도 쿠웨이트와 함께 꼴찌 후보로 거론됐다.
홍 감독은 화끈한 공격 축구로 시원한 대승을 약속했는데, 답답한 90분을 보내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템포는 느렸고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한 방도 없었다. 90분 동안 16개의 슈팅을 시도해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팀이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도 물론 있었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았던 데다 손흥민, 이강인, 황인범 등 일부 주축 선수가 후발대로 합류, 완전체로 훈련할 시간도 하루밖에 안 됐다. 지난 주말 소속팀 경기를 뛰고 장거리를 이동한 유럽파의 체력과 컨디션도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
여기에 홍 감독 선임을 두고 여론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싸늘한 것도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서도 전광판을 통해 홍 감독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수비수 김민재가 축구팬들에게 야유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싸늘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과 경기를 앞두고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정몽규 협회장, 홍 감독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홍명보호는 내부적으로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팔레스타인전 승리를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홍명보호 역시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모두 잡아 판을 뒤집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설마 안방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망신을 당하겠느냐고 코웃음 쳤는데, 최악의 일이 일어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팔레스타인도 동등한 조건에서 뛴 만큼 이는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는 불타오른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축구팬들은 홍 감독을 향해 더욱 강하게 질타했고 대한축구협회를 향해서도 크게 성토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좋은 내용과 결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했던 홍명보호와 대한축구협회로선 더욱 궁지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