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6만 190㎞ 이동
유럽파는 역시차 감수해야
체력·컨디션 관리 난항 속
일부선 “본선 적응 도움”
북중미를 향한 홍명보호의 첫 출항은 장거리 전쟁이다. 홈과 원정에서 ‘침대 축구’와 10번 맞서는 일정이라 어느 때보다 하늘 길이 힘겹다.
홍명보 감독(55)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여정은 5일 안방(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3차예선 팔레스타인전이다. 대표팀은 가벼운 회복훈련만 소화한 채 7일 이른 새벽 2차전이 열리는 오만 무스카트(10일 오후 11시)를 향해 날아가야 한다. 이동 거리만 6592㎞. 5시간의 시차까지 감안한다면 부담감은 더욱 크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며칠 전 합류한 유럽파는 역시차를 각오해야 하고, 국내파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경기를 치러야 하니 고난한 일정”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대표팀의 강행군은 본선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3차예선 조 추첨부터 예상된 결과였다. 톱시드인 한국은 3차예선에서 마지막으로 B조에 배정되면서 그 상대가 전부 중동 국가(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확실한 우위에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독 이동 거리가 긴 상대들만 만난다는 게 골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공개한 3차예선 일정을 살펴보면 한국은 대회 기간 10경기를 치르면서 비행기로만 6만 190㎞(국내파 기준)를 날아가야 한다. 한국이 3차예선에서 이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은 홈 경기만 치르는 내년 3월 7~8차전(오만·요르단)이 유일하다. 요르단과 이라크를 원정과 홈에서 순서대로 상대하는 10월 일정(3~4차전)은 까다로운 비행편 시간 문제로 회복 시간 확보도 쉽지 않아 전세기로 이동한다. 이 전세기는 요르단 암만에서 귀국하는 편도만 쓰는데도 8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유럽파들의 이동 거리는 더 늘어난다. 첫 A매치가 원정일 경우는 현지에서 합류하면 되지만, 홈에서 첫 경기가 열린다면 유럽에서 서울로, 다시 2차전이 열리는 원정지까지 또 이동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한국의 3차예선 장거리 전쟁이 부담스러운 것은 나머지 국가들의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각 국이 한국을 한 번씩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면 홈과 원정을 오가더라도 같은 중동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팔레스타인이 홈경기를 제3국에서 치를 가능성을 제외하면 변수조차 많지 않다.
다만 홍명보호가 장거리 이동에 빨리 익숙해지는 게 본선 적응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3개국 16개 도시에서 열린다. 개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조별리그 사이 최소 2000㎞ 이상을 오가는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3차예선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선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어떻게 잘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