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감독을 왜 이렇게 빨리 시켜줬지? 내가 너무 어려서…” 꽃범호는 스스로 의심 지우고 KIA 젊은 명장 ‘우뚝’

입력
2025.01.16 13:00


28일 오후 광주광역시 임동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되는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기아 이범호 감독이 경기전 훈련에 나서고 있다./광주=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퓨처스 감독을 왜 이렇게 빨리 시켜줬지?”

KIA 타이거즈 이범호(44) 감독은 2024년 통합우승을 이끌자 3년 최대 26억원 계약을 맺고 10개 구단 감독 최고대우를 받는다. 여전히 10개 구단 최연소 감독인데 당당히 능력을 인정받고 스스로 몸값을 끌어올렸다. 1년 전만 해도 이범호 감독은 2년 9억원 계약의 초보 사령탑이었다.


26일 오후 대구광역시 연호동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에서 진행되는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기아 이범호 감독이 경기전 인터뷰를 갖고 있다./대구=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범호 감독은 2019시즌까지 선수로 뛰었다. 은퇴 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단기연수를 받고 돌아와 2021년 퓨처스 총괄코치를 맡았다. 2군 감독이었다. 이후 2022~2023년 전임감독 체제에서 1군 타격코치를 역임했다. 그리고 2024년에 1군 감독직에 올랐다.

일각에선 ‘초고속 승진’ 아니냐고 했지만, KIA의 조치는 이유가 있었다. 선수시절부터 신망받는 리더였고, 퓨처스 총괄과 1군 타격코치를 거쳐 신뢰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범호 감독이 2024시즌에 보여준리더십, 임기응변능력, 장기레이스 운영능력은 초보 감독이 아닌 준비된 감독의 모습이었다.

구단은 이범호란 사람의 능력을 파악했는데, 정작 본인은 잘 몰랐나 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4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지도자를 하고 싶은 은퇴 선수들에게 2군 감독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마치 이대호에게 하는 말인 듯했다.

이범호 감독은 “진짜 이렇게 빨리 감독이라는 자리에 올 줄 몰랐지. 퓨처스 감독을 하는데, 왜 퓨처스 감독을 이렇게 빨리 시켜줬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언젠가 내가 잘 (과정을)밟으면 (1군 감독)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또 내가 너무 어려서, 제약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구단이 과감히 넘겨줬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실제로 현장에서도 과거 2군에서 감독 경험을 하면서 경기를 운영해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대호에게도 “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2군 감독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1년만이라도 운영을 해보면 ‘어, 내가 여기서 작전을 해야 했나? 여기서 내가 투수를 어떻게 바꿔야 하지?’ 이런 걸 시뮬레이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하고 1군 감독을 하니까. 퓨처스에 있던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 있고 확실히 실수를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퓨처스 감독은 1군 감독을 하기 위한 중요한 자리”라고 했다.

이대호는 그런 점에서 KIA가 이범호 감독의 선임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2군 감독을 하면서 젊은 선수들하고 호흡을 하니까. 그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서 기회를 잡고, 또 감독을 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선수들도 ‘내가 여기서 잘해서 감독 눈에 들면 감독이 올라갈 때 나를 데려가 주겠구나’하는 믿음이 있으니 엄청 열심히 하지”라고 했다.


28일 오후 광주광역시 임동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기아이범호 감독이 7-5로 승리하고 우승한 뒤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광주=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범호 감독은 이제 9명의 감독의 도전에 맞서 정상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몸값도 올라갔고, 위상은 더 올라갔다. 올 겨울 차분하게 판세를 분석하며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IA가 올해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건 선수구성이 좋기도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존재감도 한 몫 한다. 젊은 명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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