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은 한참 멀었어.”
KIA 타이거즈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30)는 2022년부터 타격에 눈을 떴다. 타자 출신 전임단장은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해설하면서 박찬호가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며 잘 할 것이라고 예고, 눈길을 모았다. 왼 어깨가 무너지지 않고 공을 충분히 보고 친다고 호평했다.
전임단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박찬호는 2022시즌 130경기서 타율 0.272 4홈런 45타점 81득점 OPS 0.685를 기록했다.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입단한 뒤 줄곧 1할대, 2할대 초~중반의 타율에 머물렀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최하위(2020년 0.223)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2022년은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박찬호의 타격은 2023년과 2024년에 또 달라졌다. 2023시즌 130경기서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73득점 OPS 0.734를 찍었다. 생애 첫 규정타석 3할 타율. 유격수 초대 수비상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레이스도 벌였다.
단,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다. 9월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3유간 타구를 날린 뒤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손목에 부상, 2주간 제대로 뛰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이때 정상적으로 타석을 채웠다면 3할을 못 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박찬호는 올해 누가 봐도 완벽한 규정타석 3할을 쳤다. 134경기서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86득점 OPS 0.749 득점권타율 0.359를 쳤다. 커리어하이를 다시 썼다. 결국 KIA의 통합우승과 함께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이어졌다. 수비만 잘 한다고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타격 전문가답게 박찬호의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에 박찬호를 초대해 “2년 연속 3할 치기 전엔 상체 위주로 많은 공을 커버하려고 하는 스윙을 하다 보니 어설픈 스윙이 많았고 힘 없는 타구가 많이 나왔다. 이제 하체와 골반을 잘 이용하면서 스윙이 점점 완벽해지더라고. 그런데 아직 타격으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나”라고 했다.
그러자 박찬호는 “타격은 한참 멀었다. 이제 리그에서 평균 정도 하는 성적이다. 더 발전하기 위해 진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1시즌 막판 부산에서 롯데와 맞붙는데 아무 생각 없이, 프랑코의 체인지업을 가볍게 센터로 안타를 만들었다. 내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좋은 타구가)나오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존 설정도 중요하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2024시즌을 치르면서 무키 베츠(33, LA 다저스)의 타격을 많이 참고했다. 베츠는 박찬호처럼 작은 체구인데도 엄청나게 힘 있는 타구를 생산하는 타자다. 2~30홈런이 가능한 만능 타자이며, 올해 유격수로 돌아왔다. 김혜성(LA 다저스)이 올해 베츠와 키스톤콤비를 이룰 예정이다.
박찬호는 “베츠의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꽂혔다. 그 선수가 갖고 있는 매커닉을 보게 됐다. (김)도영이는 오타니 쇼헤이처럼 공을 쪼갤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쪼개버릴 순 없다. 그런데 베츠의 타격을 보면 공을 쪼갠다기보다 (안타를)만들어내는 것 같다. (스윙의)길을 정말 잘 이용해서 공을 만들어낸다고 해야 하나. 타구를 쪼개는 것 같지 않은데 충분한 비거리가 나온다. 내가 가져가야 할 것들을 좀 많이 뽑아내고 있다”라고 했다.
무작정 유명 메이저리거의 타격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윙과 맞는 선수의 것을 참고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 있다. 공수겸장 유격수가 된 박찬호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작년부터 출루율을 높이고 싶다고 했고, 공을 더 잘 골라내고 생산력을 높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박찬호는 2024시즌 KIA 리드오프였다. 올 시즌에도 강력한 리드오프 후보다. 여기서 더 잘해주면 KIA는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