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화려하게 하려고 한다.”
KIA 타이거즈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30)는 몇 년 전만해도 위와 같은 얘기를 주변에서 들었다. 이름값 높은 중앙내야수 출신 전임감독은 박찬호에게 “수비는 어려운 타구를 잘 잡는 것보다 쉬운 타구를 안정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다. 자신은 김도영(22)에 비하면 빠른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빠른 건 사실이다. 고교 시절부터 수비 범위가 넓었다. 잡기 어려운 타구도 쫓아가서 어렵게 잡다 보니 넥스트 동작의 안정감이 떨어져 실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즉, 깔끔하게 안타가 될 타구가 자신의 너무 넓은 수비범위 탓에 실책으로 기록된 적이 많았다. 아웃카운트를 올릴 조금의 가능성만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신의 넓은 수비범위를 믿고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박찬호가 화려하게 아웃카운트를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오해하기 좋다. 그러나 아니다. 박찬호는 지난 13일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를 통해 “너무 날라다니면서 수비를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화려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내 능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공까지 커버를 해서 던지려고 하다 보니까 그랬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박찬호의 최근 1~2년간의 수비를 보면 여전히 ‘날라다니는 수비’를 하지만, 무리한 수비 혹은 무모한 수비를 하지 않는다. 2년 연속 유격수 수비왕으로 검증은 끝났다.
박찬호는 “내가 틀에 막힌 걸 좀 싫어한다. 배울 때 ‘무조건, 이렇게 스타트를 해라’ 그런 것부터…일단 물론 다 해보긴 하죠. 그런데 최대한 내가 나에게 맞는 것을 입히려고 노력했다. 타자 성향 파악도 많이 했고, 우리 투수 성향도 많이 파악했다. 그러면서 반발씩 스타트가 더 빠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제 박찬호는 경험이 풍부한 유격수다. 유격수로서 전성기에 들어섰다. 그는 “어떻게 보면, 공이 나오기 전에 출발을 걸어버릴 때가 많다”라고 했다. 타자들의 타격자세, 당일 컨디션, 투수의 특성 등을 보면 타구의 방향과 질에 대한 감이 온다. 그는 “투수가 던진 공과 타자의 스윙이 나오는 타이밍을 보고 좌측인지 우측인지 판단하고 먼저 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숱한 시행착오 끝에 어느덧 화려함보다 안정감이 돋보이는 유격수가 됐다. 지난 2년 연속 유격수 수비상을 수상하며 외부로부터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 2024시즌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KBO 최고 유격수 반열에 올랐다. 빠른 발만 타고 났을 뿐, 노력과 연구가 만들어낸 성과다.
그럼에도 유격수 수비가 쉬운 건 아니다. 아무리 수비를 잘 하는 유격수도 타 포지션보다 확실히 실책 수는 많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타구가 많고, 타구를 가장 많이 소화하는 포지션이다. 박찬호는 실책이 나오면 “그냥 속으로 욕 한번 하고 ‘던지지 말 걸’ 그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