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는 마음먹고 뛰면 도루 80개 이상 할 걸요?”
KIA 타이거즈 수비왕이자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30)가 봐도 김도영(22)은 미친 선수인 게 확실하다. 박찬호는 지난 13일 공개된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를 통해 후배 김도영을 극찬했다.
박찬호는 KIA 선수들 중에서도 김도영과 가장 밀접한 관계다. 수비할 땐 바로 옆에 붙어있고, 공격할 때도 박찬호가 주로 리드오프, 김도영이 붙박이 3번 타자이니 거의 ‘세트’로 다닌다고 봐야 한다. 훈련할 때부터 붙어있는 시간이 길다.
그런 박찬호는 자연스럽게 김도영의 미친 운동능력을 ‘직관’하게 된다.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김지찬(삼성 라이온즈), 김도영의 스피드는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찬호 역시 스피드는 빠지지 않지만, 이들에겐 한 수 접어야 한다고 봤다.
박찬호는 “도영이가 도루하는 걸 바로 옆에서 다 보잖아요. 아니, 도루를 했는데 공이 들어오기도 전에, 포스아웃을 시도해도 살 정도다, 걔는 그 정도로 스피드가 말이 안 되니까. 진짜 마음먹고 뛰면 도루 80개 이상 할 걸요? 그 이상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도영은 누상에서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루에서 3루, 2루에서 홈으로 들어가는 스피드 역시 군계일학이다. 때문에 자세히 보면 김도영은 누상에서 수비수와 아슬아슬하게 접전을 펼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여유 있는 세이프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굳이 김도영에게 도루를 권장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144경기에 건강한 몸으로, 체력안배를 잘 해서 멀리 치고 건실하게 수비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도루는 철저히 보너스다. 역사가 말한다. 도루를 많이 하는 선수는 결국 체력이 빨리 떨어져서 부상 위험도가 커지는 것을. 이미 김도영은 연차 대비 부상 역사가 굵직하다.
김도영도 이를 알고 최대한 ‘도루 본능’을 자제한다. 그럼에도 워낙 잘 치니 누상에 나갈 기회가 많다. 결국 스스로 40도루 정도로 타협(?)했다. 40-40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굳이 도루도 40개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 매년 30도루 안팎은 거뜬히 가능할 전망이다.
박찬호는 김도영의 타격도 남다르다고 칭찬했다. 자신이 지난 시즌 무키 베츠(LA 다저스)의 타격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꺼낸 얘기가 “도영이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공을 쪼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타니는 진짜 공을 쪼개버리거든요. 그게 도영이는 가능하다”라고 했다.
실제 김도영은 타석에서 다리 움직임 없이 강한 허리 회전으로 임팩트 시 매우 강한 힘을 뿜어낸다. 패스트볼이 오든 변화구가 오든 자신만의 타격 자세와 리듬이 흔들리지 않고 공을 쪼갤 듯 타격한다. ‘양신’ 양준혁이 몇 차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도영을 극찬한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박찬호가 김도영을 칭찬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사실 김도영이 선배 박찬호에게 감사한 일도 있었다. 김도영은 2024시즌을 돌아보며 시즌 초반 실책을 너무 많이 해서 형들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털어놨다.
어느 날 그에 괴로워하며 울던 김도영을, 박찬호가 위로해줬다고. 박찬호는 “도영이가 한창 실책도 많이 하고 방망이도 생각대로 안 될 때였다. 수원에서 실책을 하고 쪼그려 앉아서 울더라. (김)태군이 형에겐 혼도 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팬들이 몇 명이냐. 그냥 내일 나가서 한번 쫙 둘러봐라. 몇 명이나 되는지. 얼마나 네 유니폼이 많은지. 그런데 네가 여기서 못했다고 그렇게 좌절을 하면 되겠나’ 그런 얘기를 했다. 그때 진심으로 위로를 많이 했다. 많이 안타까웠으니까”라고 했다.
김도영이 ‘야구 엄친아’인 건 맞다. 그리고 선배들,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MVP까지 오를 수 있었다. 박찬호는 그런 후배를 다독이고 이끌면서 자신도 최고의 유격수로 공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