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왜 20억 원을 또 썼냐고? 시즌은 길다, 분명히 이 계약들이 떠오를 때가 온다

입력
2025.01.13 16:31
 KIA와 3년 총액 15억 원에 계약한 임기영. ⓒKIA 타이거즈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서건창은 KIA와 1+1년 총액 5억 원에 계약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통합우승의 대업을 일군 KIA는 오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머리 아픈 일을 겪었다. 세 명의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중 가장 대어로 뽑혔던 장현식이 LG로 이적한 것이다. KIA도 장현식 잔류에 나름 총력을 기울였지만, 4년간 총액 52억 원을 전액 보장한 LG의 조건을 이기지 못했다. 더 따라가지 못했다.

남은 두 선수의 협상도 또 다른 의미에서 머리가 아픈 건 사실이었다. KIA는 장현식 외에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사이드암 임기영(32), 그리고 지난해 입단해 팀이 시즌 초반 위기를 넘기는 데 공을 세운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6)도 함께 FA 자격을 취득했다. 프리에이전트 시장 불펜 최대어 중 하나였던 장현식과 같은 힘든 경쟁은 사실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생각의 차이가 있었고, 협상은 더디게 진행됐다.

KIA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오랜 기간 팀 마운드에 공헌한 임기영의 '로열티'를 잘 알고 있었다. 서건창은 지난해 연봉 5000만 원, 인센티브 7000만 원에 계약해 내야 제1백업의 몫을 잘 수행했다. 모두 필요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시장 가치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정으로 계약을 할 수는 없었다. 임기영의 하필 FA 직전 시즌에 부진했고, 서건창은 적지 않은 나이에 수비력에서 약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간의 생각 차이가 있어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잔류였다. 먼저 해가 저물기 전 임기영과 3년 총액 15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합계 9억 원·인센티브 총액 3억 원)에 계약했다. 조상우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뒤 다시 내부 FA로 눈을 돌린 KIA가 협상 속도를 붙였고, 서로간의 이견을 점차 좁히며 계약을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았던 서건창 계약도 캠프 출발 전인 9일 마무리했다. 1+1년 총액 5억 원이다. 2025년 약속된 일정 수준의 성적을 충족해야 2026년 옵션이 발동된다. 계약금 1억 원, 연봉 총액 2억4000만 원, 인센티브 총액 1억6000만 원이다. 2025년 좋은 성적을 거둬야 2026년 계약이 자동 연장돼 5억 원을 모두 따낼 수 있다. 난이도가 낮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의 계약은 선수보다는 결국 구단 측의 원안과 더 가까운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KIA 제시액 이상을 제안하고 불을 붙인 구단이 없었다는 건 선수로서는 아쉽다. 하지만 KIA로서는 두 선수를 잔류시키면서 내부 전력 유출을 막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팀 공헌도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 몰아닥쳤을 때 이들이 그 방파제가 몫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2024년 KIA는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 조화를 앞세워 통합 우승까지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젊은 선수들이다. 마운드와 야수진을 가리지 않고 그랬다. 하지만 주저없이 완벽한 '상수'들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자기 경력과 자기 숫자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는 선수들이다. 모두가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다는 것을 안다. 슈퍼스타들도 알게 모르게 다 그런 절차를 거친다. 비록 지난해 부진했던 임기영이지만 그래도 4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마운드에서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은 이견이 없다. ⓒ곽혜미 기자 KIA 벤치는 서건창이 다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이는 서건창과 FA 계약으로 이어졌다. ⓒKIA타이거즈

전력 구상은 보수적으로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에서의 숫자가 안정되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은 벤치가 원할 수밖에 없다. 임기영은 지난해 37경기에서 6승2패2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6.31에 그쳤다. 하지만 2023년은 최고의 활약을 했다. 불펜에서 길게 던질 수도 있는 선수다. 지난해에도 45⅔이닝을 던졌다.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었다. 다목적 카드 하나를 로스터에 두고 있는 건 벤치의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임기영은 2023년 이를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서건창 또한 좌타 대타 1순위인 선수고,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1루와 2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상대 선발에 따라, 혹은 경기 막판 양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현장에서 서건창 잔류를 원한 것도 KIA가 이번 협상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 이유였다.

비록 시즌 시작 때는 그 비중이 작아보일지 몰라도, 시즌을 치르면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게 144경기 레이스다. 기대 이상의 선수가 나올 때도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들도 그만큼 나온다. 그때 임기영 서건창이 좋은 활약을 하며 팀에 공헌할 수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반드시 '그때 그 계약 잘 했네'라는 이야기는 분명히 몇 차례 걸쳐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면 들수록 계약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요즘 FA 선수들의 시세와 공헌도를 역산해 봐도 그렇다. 냉정하게 두 선수가 시즌당 3~4승의 추가 효과만 더해줄 수 있다면, KIA의 총액 20억 원 투자는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나온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이미지 실시간 인기 키워드
  •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
  • SK 8연승
  • 김혜성 출국
  • 토트넘 이강인 관심
  • 축구협회 이사회 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