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는 "KBO 야구규약 제75조[중재신청] 2항에 따라 10일(금) 18시에 연봉 중재신청 마감되었고 신청 구단 및 선수는 없었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10일까지 재계약 대상자 전원과 연봉 협상을 마무리한 팀은 두산·SSG·키움까지 총 3개 팀이다. 나머지 7개 구단은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일단 연봉 중재신청을 하지 않고 계속 협상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선수들의 연봉 협상은 끝났고, 구단마다 몇몇 선수들의 최종 협상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 선수들의 협상이 모두 끝나면 일괄 발표하는 게 관례다. KIA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기본적으로 시즌이 늦게 끝난 데다 한국시리즈 우승 보너스 배분 등 여러 현안이 있어 주축 선수들과 연봉 협상도 자연스레 타 구단에 비해 미뤄졌다. KIA는 2025년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상한선 한도 내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으로, 이미 여러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KIA는 나성범 양현종 최형우 김선빈 김태군 등 프리에이전트(FA) 및 비FA 다년 계약을 한 선수들의 2025년 연봉은 확정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봉 협상의 난이도는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우승으로 팀도 전체 파이를 크게 늘려 잡은 상황이지만 '우승 대우'를 기대하는 선수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올라가 있는 상태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팀의 성장으로 이어져 우승까지 이른 만큼 이 선수들의 인상폭과 인상률 또한 고민이다. 형평성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더 어렵다. 그렇다고 샐러리캡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기분대로' 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직 핵심 선수들 몇몇의 연봉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지난해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김도영(22)에게 쏠린다. 김도영은 데뷔 3년 차였던 지난해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 14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67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 중 주역이었다.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어마어마했다. 김도영 관련 상품 판매 매출만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측면의 효과를 빼고 보더라도 그라운드 내에서도 충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활약을 했다. 그런 김도영의 연봉은 많이 오를 만한 여건을 두루 갖췄다. 2022년 신인으로 리그 최저 연봉(3000만 원)을 받았던 김도영은 2023년 5000만 원으로 연봉이 소폭 올랐다. 그리고 2023년 시즌의 성과를 인정 받아 2024년에는 1억 원으로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2023년 김도영은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5도루를 기록하며 비율적으로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억대 연봉 진입에 만족해야 했던 이유가 두 가지 있었다. 일단 시즌 초반 부상으로 84경기 출전에 그쳤다. 연봉 고과는 일단 많은 경기에 나가야 유리하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도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면 가치가 퇴색되는 구조다. 게다가 2023년에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도 못했다. KIA를 비롯한 대다수 구단들은 팀 성적에 따라 전체 파이를 정해두고, 선수들의 공헌도에 따라 이를 배분한다. 아직 어린 선수라 기본 베이스 또한 낮았기에 절대 인상폭이 많이 오를 수는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김도영은 시즌 141경기에서 무려 625타석에 들어섰다. 리그에서 김도영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멜 로하스 주니어(kt·670타석), 홍창기(LG·637타석), 빅터 레이예스(롯데·632타석)까지 세 명에 불과했다. 수비 이닝도 1111이닝에 이르렀는데 이는 리그 전체 6위였다. 고과를 받기 딱 좋다. 그런데 그 많은 출전 경기에서도 리그 최고의 성적을 거뒀으니 인상 요인이 차고 넘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팀 성적까지 받쳐줬다. 연봉이 많이 오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에 KBO리그 역대 4년차 최고 연봉 기록은 무난하게 경신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유력하다. 이 기록은 2020년 이정후(당시 키움·현 샌프란시스코)가 가지고 있다. 이정후는 당시 3억9000만 원을 받아 기존 기록이었던 류현진의 기록을 크게 상회하면서 새 기록을 썼다. 신인 3000만 원부터 시작, 4년차까지 수직 상승을 이뤄낸 케이스라 이 기록을 깰 선수가 있을지 미지수였는데 김도영이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다.
김도영 측은 일찌감치 KIA에 원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기록 경신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금액을 테이블에 올려놨을 공산이 크다. KIA도 김도영의 공헌도 자체는 인정하는 만큼 기록 경신은 유력하다는 시선이다. 그 이상으로 얼마까지 가느냐가 관건이다. 김도영 측은 지난해 고과를 앞세울 전망이고, KIA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지만 관례나 전례를 들 가능성이 있다.
김도영의 옆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박찬호(30)의 연봉 또한 관심이다. 박찬호는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134경기에 나가 타율 0.307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할 유격수 타이틀을 달았다. 그렇게 매년 보여준 상향 그래프는 연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억 원을 받았던 박찬호는 2022년 1억2000만 원, 2023년 2억 원, 2024년에는 3억 원을 받았다. 올해는 그 이상이 확실시된다.
비교 대상으로 올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놓고 다퉜던 박성한(SSG)을 뽑는 시선도 있지만 적어도 연봉 협상에서는 두 선수의 상황이 조금 다르다. 두 선수는 2024년 똑같이 3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전반적인 팀 공헌도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KIA의 성적이 SSG보다 더 좋아 같은 고과라도 연봉 인상폭이 더 클 것이 확실하고, 여기에 박찬호는 2025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 또한 박성한과 차이점이다. 아무래도 예비 FA는 보상 장벽을 치기 위해 연봉을 더 후하게 쳐주는 경향이 있다. 박찬호도 연봉 4억 원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2025년 연봉보다는 FA 시장에서의 보상 등급이 더 큰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