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선발 곽빈은 확실하다. 그 뒤를 받칠 2자리가 관건이다. 최승용(24), 최준호(21), 최원준(31) 두산의 ‘3최’가 경쟁한다.
최승용과 최준호는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했다. 좌완 최승용은 피로 골절 여파로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1군에 합류했다. 선발로 던질 만한 몸을 만들지 못해 불펜으로 뛰다가, 팀 내 부상이 속출하며 어쩔 수 없이 선발진에 들어갔다. 고육책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부상으로 봄 전지훈련을 건너뛴 탓에 많은 공을 던질 수가 없었다. 1경기 70구 제한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2차례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 투구를 하며 ‘준비된 선발’이라는 걸 새삼 증명했다. 가을무대에서 최승용은 더 빛났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선발로 등판해 4.2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연말에는 프리미어12 대표팀 선발진에도 들었다.
최준호는 깜짝 스타였다. 대체 선발로 호투하며 곧장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5월 한 달 동안 5차례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60으로 2승(1패)을 올렸다. 두산이 줄 부상 속에서도 5월 승률 0.667로 해당 구간 리그 1위를 달릴 수 있었던데 최준호의 기여가 작지 않았다.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며, 퓨처스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최준호는 곧장 1군 선발에 어울리는 공을 던지며 회복했다. 불의의 부상이 아쉬웠다. 8월 3일 키움전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정규시즌 최종전 구원 등판하며 복귀했지만 포스트시즌 엔트리는 들지 못했다.
최승용도 최준호도 이제 20대 초반의 어린 투수들이다. 1군에서 확실하게 ‘증명’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승용은 2023시즌 111이닝이 최다 등판 기록이다. 최준호는 지난해 72.1이닝이 전부다. 기대치는 높지만 그렇다고 시즌 전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만도 없다.
베테랑 최원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해 건강하게 시즌을 치렀지만 성적이 기대만 못했다. 6승 7패 평균자책점 6.46에 그쳤다. 2019년 처음 풀타임 시즌을 치른 이후 가장 부진했다. 꾸준히 호투하다가도 초반 대량 실점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2025년 최원준은 확실한 반등이 필요한 선수 중 하나다.
두산은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가장 조용한 팀이었다. 엄상백, 최원태 등 노려볼 만한 선발이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 마운드 전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에이스 곽빈이 있는데 하위 선발 자원까지 많다는 건 축복이다. 외국인 2명을 포함해 5인 로테이션을 채우기도 빠듯한 팀들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험 부족과 부상 이력 등 의문 부호까지 지워낸다면 2025시즌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