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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와 엘도라도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응원가다. 부산 갈매기는 지역 연고지에서 단연 사랑받는 롯데의 상징이다. 엘도라도는 웅장한 멜로디에 비장한 가사가 조화롭다. '삼성 왕조' 영광의 시절을 함께했다. 아군의 전의를 불태우고 상대를 주눅들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부작용이 있다면 일부 '강심장'을 가진 상대의 도파민까지 풀로 충전시켜버린다는 점.
두산 베어스 핵심 구원투수 최지강은 상대 메인 응원가가 나올 때 가장 흥분된다고 고백했다. 필승조인만큼 최지강이 마운드에 오를 땐 대부분 위기다. 경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시점이다. 최지강은 이 긴장감을 즐긴다.
최지강은 "8회에 상대팀 메인 응원가 나올 때 있다. 예를 들어 롯데는 부산 갈매기, 삼성은 엘도라도. 그럴 때가 조금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최지강은 '위기상황'이라는 인식보다는 야구가 제일 재미있어지는 시점이라는 점이 좋았다. 상대팀의 찬스를 저지하는 '빌런'이 되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즐겁다는 것이다.
최지강은 "어릴 때 야구장에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가기도 한다. 내가 이런 상황에 던지고 있구나. 그게 재밌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원래 이런 '강철 멘탈'은 아니었다.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의 인터뷰를 보고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한다.
최지강은 "시너 기사를 봤다. 긴장을 했을 때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했다. 폭풍 같은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면 거기서 진짜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걸 보고 나도 생각이 변했다. 딱히 테니스를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제목이 딱 눈에 띄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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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재활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최지강은 "보통 잠실야구장 나와서 웨이트트레이닝 먼저 한 뒤 공을 던진다. 이후에 개인적으로 다니는 센터에 가서 또 운동한다"며 최근 일상을 전했다. 최지강은 "캐치볼은 점차적으로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 피칭까지 할 수 있는 단계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최지강이 서두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스프링캠프를 2군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최지강은 "3월 시범경기 정도면 100%가 될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잘해서 연봉 100% 인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