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책임감 갖고, 보탬이 되겠다"
한화 이글스는 8일 "FA(자유계약선수) 내야수 하주석과 계약했다"며 "계약규모는 1억 보장 9000만원, 옵션 2000만원 등 총액 1억 1000만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주석은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명 순번에서 알 수 있듯이 하주석을 향한 한화의 기대감은 엄청났고, 계약금으로만 무려 3억원을 안겼다. 하지만 데뷔 초창기의 모습은 아쉬움이 컸다. 데뷔 첫 시즌엔 70경기에서 타율 0.173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이듬해에는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한 설움 속에서 2군 경기 중 발등이 골절되는 부상까지 당하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에 하주석은 빠르게 군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 2015년 상무 시절에는 퓨처스 올스타 MVP로 선정되는 등 다시 한번 기대감을 드높였다. 그리고 2016년 하주석은 115경기에 출전해 113안타 10홈런 57타점 타율 0.279 OPS 0.733을 기록하며 드디어 알을 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시즌에도 111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율 0.285 OPS 0.768로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려 나갔다. 그리고 그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 태극마크까지 다는 기쁨을 맛봤다.
2018시즌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기까지 했다. 타격 지표 대부분이 떨어졌지만 하주석은 수비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내는 등 141경기에서 123안타 9홈런 타율 0.254 OPS 0.664를 기록하며 주전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는데, 불과 5경기 만에 좌측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오르게 되면서, 사실상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2020시즌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으나, 72경기에서 타율 0.286을 기록하던 중 이번엔 햄스트링까지 하주석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건강을 되찾은 하주석은 원래의 폼을 되찾았다. 2021시즌에는 138경기에서 143안타 10홈런 68타점 84득점 23도루 타율 0.272 OPS 0.738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2022시즌부터 본격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한화의 '캡틴'이었던 하주석은 대전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주심의 볼판정에 분노, 더그아웃에 헬멧을 집어던지는 물의를 일으켰다. 이 헬멧에 외국인 코치가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하주석의 행동에 비난·비판은 쏟아졌고, KBO는 하주석에게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11월 하주석은 음주운전에 적발되면서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7월에서야 그라운드로 돌아왔으나, 공백기가 길었던 탓인지 성적은 처참했다. 그리고 FA 취득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에는 타율 0.292 OPS 0.743으로 부활하는 듯했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64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이런 하주석을 향한 10개 구단의 시선은 싸늘했다. 특히 한화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됨과 동시에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하주석과 결별을 선언했다. 특히 하주석의 'B등급'도 발목을 잡았다. 하주석을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를 내줄 팀은 만무했던 까닭. 이에 한화는 하주석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까지 고려했지만, 이미 워크에식에서 너무나도 많은 문제를 드러낸 하주석을 데려갈 팀은 없었고, 결국 8일 한화와 1년 1억 1000만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결국 하주석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스스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심우준이 내년부터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실력으로 심우준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든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다. 결국 프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며, 몸값이 '자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지만, 이게 현실이다. 한화 입장에서도 하주석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나은 대우를 통해 동행을 이어가거나, 교통정리를 위해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볼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하주석에 달린 셈.
하주석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계약이 완료돼 신구장에서 한화이글스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겨울 내내 개인운동으로 준비를 잘 해왔다.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1년 총액 1억 1000만원의 평가를 스스로 바꿔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