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타순을 여러번 바꿨다. 3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초반 워낙 부진해 봄에는 타순을 6번, 7번까지도 내려봤다. 6월로 넘어가며 완전히 제 페이스를 찾은 소크라테스는 이후 주로 5번 타순에 섰지만 한동안 1번 타자로도 나섰다. 1년간 1번부터 7번까지 총7가지 타순을 거쳤다.
지난해 일찍이 KIA가 우승후보로 꼽혔고 실현시킨 동력은 탄탄한 타선에 있다. 김도영이나 박찬호처럼 그동안 ‘미완’이던 선수들이 터지면서 꽉 찬 타선으로 1년을 승부했다. 그 안에서 타율 3할 이상을 꾸준히 친 중장거리형 타자 소크라테스는 어느 타순에 둬도 무리없이 어울렸다. 페이스를 찾은 뒤로는 꾸준히 기세를 유지하고 타점을 올렸다.
올해 KIA는 메이저리그에서 88홈런을 친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해 그 라인업의 패턴을 바꾼다. 완성형인 국내 타자 조합에 ‘거포형’ 외인 타자를 더해 새롭고 더 강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 라인업에는 콘택트 능력 좋고 3할 치는 타자들이 많다.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사이에 거포 한 명이 있으면 피해가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IA는 지난해 팀 타율 1위(0.301)로 10개 팀 중 유일하게 타율 3할을 넘겼다. 출루율(0.369)과 장타율(0.459) 모두 1위, OPS(0.828) 역시 유일하게 8할을 넘긴 압도적 타격 강팀이었다.
소크라테스(0.310)를 제외하더라도 김도영(0.347) 김선빈(0.329) 박찬호(0.307)까지 주전 중 3명이 3할 이상을 쳤고, 최원준(0.292) 나성범(0.291) 이우성(0.288) 최형우(0.280)가 모두 2할8푼 이상을 기록했다. 선발라인업의 국내 타자 8명 중 7명이 타율 3할 근접권에 있다.
그 중 2~6번 사이에 포진한 김도영(38홈런 109타점), 최형우(22홈런 109타점), 나성범(21홈런 80타점), 김선빈(9홈런 57타점)은 전부 ‘해결사’ 면모를 보여준다. 기존 타선에도 피해갈 틈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중장거리형 외인 타자 자리가 거포형으로 ‘업그레이드’ 돼 그 한가운데 배치된다.
업그레이드 효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위즈덤이 리그에 완전히 적응하고 기대만큼 장타를 터뜨려야 한다. 삼진이 많은 거포형 타자를 영입하는 팀은 인내심을 각오해야 한다. 위즈덤도 성과가 기대치에 이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각오를 KIA는 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잘 치는’ 국내 타자 그룹은 충분히 위즈덤의 도우미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 타순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3할 가까이 치는 타자가 많기 때문에 뒤에서 성공해줄 수 있다. 그러다 위즈덤이 터지기 시작하면 다른 팀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초반에는 적응할 시간이 분명히 걸릴 것으로 본다. 지난해 소크라테스가 페이스를 찾은 속도처럼, 5월말이나 6월쯤에만이라도 위즈덤이 적응을 한다면 외인 타자로 누리는 효과에 있어서는 지난해보다 나은 시즌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타선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