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저 강백호인데요? '천재 타자'의 FA 대박, 타격감만 회복하면 포지션은 문제 아니다

입력
2024.12.25 13:42


[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최정(SSG 랜더스, 4년 총액 110억 원), 엄상백(한화 이글스, 4년 총액 78억 원), 최원태(삼성 라이온즈, 4년 총액 70억 원) 등 대형 계약들이 터져 나오면서 내년 FA 시장 '최대어'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매물은 역시 KT 위즈 강백호(25)다.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업하던 강백호는 프로 입단 이후 타격에 전념하기 위해 포지션을 변경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로 1루수, 코너 외야수로 경기에 나선 강백호는 데뷔 시즌인 2018년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9시즌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 2020시즌 타율 0.330 23홈런 89타점, 2021시즌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데뷔 첫해부터 리그를 폭격한 강백호의 위세도 한풀 꺾였다. 부상과 부진으로 2022년 62경기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71경기에서 타율 0.265 8홈런 39타점에 그쳤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해 수비 부담도 없었지만,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강백호는 반등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 OPS 0.840을 기록하며 제 모습을 찾았다. 이번 시즌 강백호가 타격감을 되찾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포수' 출전이었다.



이번 시즌 ABS 도입으로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강백호의 포수 출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3월 31일, KT 이강철 감독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선발 포수' 강백호를 깜짝 출전시켰다. 해당 경기 이후 강백호는 매월 최소 한 번씩은 포수로 출전하며 이번 시즌 총 30경기 169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강백호는 '수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로 포수 출전을 초반 타격 침체를 극복하는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 그는 포수로 출전했을 때(0.947)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0.820)보다 더 높은 OPS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도루를 저지하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강백호가 '포수'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함으로써 내년 FA 시장에서 몸값이 폭등할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강백호가 다음 스토브리그에서 포수로 대우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KT에는 주전 포수 장성우가 아직 건재하고, 올해 강백호보다 많이 포수로 출전한 조대현도 있다. 포수 수비 가능성이 시장 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시장에서 강백호의 주무기가 아니다.

오히려 강백호가 예전과 같은 타격감을 찾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지난 2019, 2020, 2021시즌 강백호의 OPS는 리그 5위권 이내에 머물렀다. 이 정도로 리그 최상위권 타격 성적을 기록하는 타자라면 포지션이 문제가 아니다. 없는 지명타자 자리라도 만들어서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다음 FA 시장에서 강백호의 '대박 계약' 여부는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는지가 아닌 과거 절정의 타격감을 되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사진=OSEN,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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