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좋은 기억도 많고, 안 좋은 기억도 많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4년차 좌완 투수 김기중(22)에게 2024년은 오르내림의 폭이 큰 해였다. 개인 최다 5승을 올리며 1라운드 잠재력을 터뜨리는가 싶었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기는 훌륭했다. 14경기(4선발·31⅔이닝) 4승2패 평균자책점 3.13 탈삼진 20개를 기록했다. 구원으로 시작해 대체 선발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지난 5월30일 대전 롯데전에선 4회까지 퍼펙트로 막는 등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를 펼치며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당시 최고 시속 145km, 평균 142km 직구 중심으로 슬라이더, 커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루킹 삼진만 4개나 잡아낼 정도로 하이존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가 좋았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전반기에만 4승을 거둔 김기중은 후반기에도 8월2일 대전 KIA전에도 5⅓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5승째를 올렸다. 5회 1사 1,2루 위기에서 김도영을 커브 3개로 3구 삼진 처리한 게 백미였다.
그러나 이 경기가 후반기 유일한 승리였다. 후반기 13경기(7선발·27⅓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10.44 탈삼진 19개로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8월15일 대전 LG전에선 4이닝 9피안타(2피홈런) 2볼넷 10실저므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하기도 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27경기(11선발·59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6.56 탈삼진 39개. 개인 최다 이닝, 승리를 거두며 5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전강후약 시즌으로 6점대 평균자책점은 아쉽다.
대전에서 비시즌 개인 운동 중인 김기중은 “좋은 기억도 많고, 안 좋은 기억도 많은 시즌이었다. 돌아보면 이번 여름 많이 더웠는데 날씨 영향도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때도 운동을 쉬고 그랬던 건 아닌데 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어느 때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김기중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떨어진 영향이 있었다. 그는 “1군에서 이렇게 오래 던진 건 처음인데 경험이 된 것 같다. 꾸준하게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체력 관리하면서 유지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시즌 웨이트 무게를 늘리며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양상문 투수코치의 지도로 팔 스윙을 조정해 커브의 예리함을 더한 그는 “슬라이더가 시즌 초반에 비해 후반기에 안 좋았다. 체인지업도 안 좋아서 시즌 막판 스플리터를 쓰기 시작했다. 겨울에 잘 준비해서 내년에 스플리터를 잘 던지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선발 엄상백을 영입했고, 1~2라운드 신인 정우주와 권민규가 새로 합류했다. 매년 하나둘씩 늘어나는 좌완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김기중도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확실하게 성장해야 한다.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그는 내년에 5년차가 된다. 4년간 1군에서 충분한 경험치를 쌓았고, 선발과 구원 양쪽 모두 활용 가능한 투수로 가능성은 보여줬다. 이제 그 가능성을 꾸준함으로 실현시켜야 한다.
김기중은 “냉정하게 봐서 아직 제 자리가 정해진 게 없다. 선발과 구원, 어느 자리가 되든 잘할 수 있게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운동하러 올 때마다 대전 새 야구장을 보는데 점점 완성되는 게 보인다. 새 야구장 마운드에서 던져보고 싶다. 내년에 부상 없이 1군에서 최대한 오래 잘하고 싶다. 매년 기록적으로 더 잘하고 싶은데 올해 5승보다 많은 승리를 하고 싶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으니 팀도 5강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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