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인연은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LG는 4년 전만 해도 한 선수의 '인생 경기'를 보면서 탄식했지만 이제는 한 식구가 됐다.
2020년 9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삼성의 선발투수는 좌완 최채흥(29)이었다.
최채흥은 1회말부터 로베르토 라모스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로 가볍게 출발했고 2회말 2사 후 이천웅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유강남을 우익수 뜬공 아웃으로 잡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3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을 시속 124km 체인지업으로 '3구 삼진'을 잡은 최채흥은 2사 후 홍창기에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오지환을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으면서 역시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도 최채흥은 끄떡 없었다. 4회말 1사 후 김현수에 중전 안타를 맞은 최채흥은 이형종을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잡은 뒤 이천웅을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요리하면서 팀의 4-0 리드를 사수했다. 5회말에는 양석환을 상대로 또 한번 삼진 아웃을 잡은 최채흥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고 6회말 역시 선두타자 홍창기를 삼진 아웃으로 처리하는 등 삼자범퇴로 기세를 이어갔다.
어느덧 7회까지 온 승부. 선두타자 김현수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한 최채흥은 이형종에 좌전 2루타를 맞는 등 2사 3루 위기에 놓였으나 박재욱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상대에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채흥의 투구는 갈수록 힘을 냈다. 8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을 또 삼진 아웃으로 처리한 최채흥은 정주현에 우전 안타를 맞았음에도 홍창기를 '3구 삼진'으로 잡는 한편 장준원을 2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투구수는 99개. 11-0으로 크게 앞선 삼성은 9회말에도 최채흥을 마운드에 올렸다.
프로 데뷔 첫 완봉승 찬스를 맞은 최채흥은 9회말 선두타자 라모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제압했고 대타로 나온 박용택을 시속 137km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 삼진 아웃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된 김호은을 상대로는 슬라이더 3개를 집중적으로 뿌리며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았고 그렇게 최채흥은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9이닝 동안 110구 역투를 펼친 최채흥은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탈삼진은 무려 10개였다.
"유난히 눈도 잘 떠지고 컨디션이 좋았다"는 최채흥은 "(완봉승은) 꼭 해보고 싶은 기록이었다"면서 "8회 2사부터 완봉승을 생각했다. 욕심이 났다. 코치님이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는데, 8회부터 공이 더 좋아진 것 같아서 9회도 가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최채흥은 이후 7경기에서 4경기를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내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했다. 26경기에서 146이닝을 던졌고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마크했다. 규정이닝을 돌파한 것도,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운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으로 남았을 줄이야. 최채흥은 2021년 26경기에서 122⅓이닝을 던져 5승 9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6을 남겼으나 상무를 다녀오고 복귀한 지난 해에는 15경기 63⅓이닝 1승 7패 평균자책점 6.68, 올해는 14경기에서 20이닝을 투구해 1홀드 평균자책점 6.30에 그치며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마침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우완투수 최원태의 FA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삼성은 'FA 최대어'로 꼽혔던 최원태와 4년 총액 70억원에 사인했고 LG는 최원태의 보상선수로 최채흥을 지명했다. LG 입장에서는 자신을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친 최채흥의 그날 그 투구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LG와 최채흥의 만남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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