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70억 FA' 최원태(27·삼성 라이온즈)의 보상선수로 최채흥(29)을 지명한 LG 트윈스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LG는 지난 13일 "FA 자격을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최원태의 보상 선수로 투수 최채흥을 지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LG는 "최채흥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2020년에는 선발투수로 11승을 올리며 본인의 실력을 증명한 선수"라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2020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본인의 모습을 찾는다면 젊은 선수로서 팀의 국내 선발 한 자리를 담당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대구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한 최채흥은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18시즌 곧바로 1군에 데뷔한 그는 8경기(선발 4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을 거두며 프로 무대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데뷔 2년 차인 2019시즌 28경기(선발 15경기)서 106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한 최채흥은 3년 차였던 2020시즌 잠재력이 만개했다. 26경기(146이닝) 모두 선발로 등판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며 삼성의 좌완 에이스로 등극했다. 리그 전체로 봐도 국내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3위에 해당하는 뛰어난 성적이었다. 그해 9월 잠실구장에서 LG를 상대로는 9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투이자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최채흥의 활약은 한 시즌 반짝에 그쳤다. 2021시즌 26경기 5승 9패 평균자책점 4.56으로 기세가 꺾인 그는 상무 입대를 결정했다. 2022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2023년 6월 전역 후 삼성에 복귀해 1군서 1승 7패 평균자책점 6.68로 부진했다. 올해 역시 14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6.30으로 반등에 실패했다. 삼성은 한때 11승까지 기록했던 좌완 에이스의 부활을 위해 최채흥을 일본, 미국으로 단기 유학을 보내기도 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올 시즌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 삼성은 FA 투수 최대어 최원태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A등급 FA 선수였던 최원태의 보상선수로 어떤 선수가 LG 유니폼을 입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보호선수로 20명밖에 묶지 못하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인 선수들이 풀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LG는 올해 3위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특히 고우석(해외진출), 이정용(입대) 등이 이탈하면서 철벽 마운드에 금이 갔다. 시즌 종료 후에는 좌완 필승조 함덕주, 마무리 유영찬의 수술 소식이 이어졌다. 최원태를 삼성으로 보낸 LG의 보상선수 픽은 '투수'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상대로 LG는 투수를 선택했고, 고점이 높았던 최채흥을 지명했다.
공교롭게도 LG에서는 '1라운드 출신' 좌완 유망주의 이탈과 '1차 지명 출신' 11승 좌완의 영입이 같은 날 이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LG 이상영에게 1년 실격처분 징계했다"라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KBO는 "이상영은 지난 9월 14일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고 면허취소처분 기준에 해당돼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1년 실격처분 징계를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LG에 입단한 이상영은 팀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군필' 유망주였다. 2021년 21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이상영은 상무에 입대해 2022년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공동 다승왕(10승 3패 평균자책점 3.31)을 차지했다. 2023년에는 전역 전까지 퓨처스리그서 8경기 연속 선발승을 포함, 9경기 8승 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펄펄 날았다.
전역 후 LG로 돌아온 이상영은 2023년 1군서 6경기(선발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고, 올해도 8경기(선발 3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 성장이 기대됐던 이상영은 음주운전으로 2024시즌을 완주하지 못했고, 2025시즌까지 통째로 날리게 됐다.
함덕주와 유영찬의 수술, 최원태의 FA 이적, 이상영의 징계로 투수진에 구멍이 생긴 LG는 FA 김강률 영입, 보상선수 최채흥 영입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좌완 불펜과 선발진 모두 공백이 생긴 LG에게 최채흥은 '만능키'가 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요니 치리노스-임찬규-손주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에 최채흥이 2020년 11승을 거뒀던 모습을 되찾아 5선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그림이다. 최채흥이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서 부활에 성공해 LG의 선택을 '신의 한 수'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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