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뒤흔들뻔 했던, 일부 구단의 아시아쿼터 조기 시행을 위한 기습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아시아쿼터를 2025년부터 곧장 시행하는 안을 논의했다. 당초 2026년 시행하려던 것을 일부 구단이 앞당기자고 주장하면서 이날 예정돼 있던 실행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린 사안이다.
결과적으로는 부결됐다. 10개 구단 단장 중 8명이 조기시행을 반대했다.
아시아쿼터는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국적 선수 중 최근 2년 내 미국 프로야구에 등록된 적이 없는 선수를 구단당 1명씩 영입하는 것으로 기존에 구단별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1명 더 보유하게 되는 제도다.
KBO는 2026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전체적으로 합의해 추진해왔고, 지난 11월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에는 국내 여러 구단 사장과 단장들이 방문해 대만과 호주 선수들을 미리 탐색하기도 했다. 그 중 2개 구단 사장이 현지에서 갑자기 조기시행을 주장하면서, 결국 기존 합의와 달리 조기 시행 여부를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전격 결정됐다.
단장 모임인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될 경우 사장 모임인 이사회에 상정된다.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되는 사안은 결국 대부분 이사회에서도 합의로 이어지게 돼 기존의 합의를 깨고 아시아쿼터가 내년 기습적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8개 구단 단장이 반대했다. 당초 조기시행을 발제한 지방 1개 구단은 찬성했고 수도권 1개 구단이 의견을 같이 했다. 리그 전체의 선수층도 약한데 비교적 연봉이 낮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인만큼 빨리 시행하자는 취지다.
8개 구단이 반대했다. 리그 운영의 틀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기습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시아쿼터는 실질적으로 외국인 선수 1명의 자리가 더 생기는 만큼 팀별 국내 선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준비 없이 시행만 빨리 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현재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이고 큰 금액을 투자해 전력을 이미 보강한 여러 구단들은 아시아쿼터가 당장 내년 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8개 구단 단장이 단호하게 거부했고 아시아쿼터는 예정대로 2026년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한 단장은 “아시아쿼터 조기시행 논의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라 일찍 끝났다. 오히려 스트라이크존 조정 논의가 더 뜨거웠다”고 귀띔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시즌 시행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존 조정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전체적으로 높아 조금 낮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상·하를 낮추는 안과 상단만 깎아 조정하는 안을 놓고 논의했다.
KBO는 올해 도입한 ABS와 내년 도입을 준비 중인 피치클록 등에 대해 보완 여부를 검토하고자 시즌 종료 뒤인 지난달 선수들을 직접 만나 ABS와 피치클록 등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이미 1년 간 적응했는데 또 바꾸기에는 너무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맞섰다. 팽팽하게 맞선 끝에 마지막에 상·하를 모두 낮추는 쪽으로 분위기가 살짝 기울었다. 이에 따라 KBO는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하는 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