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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큰 무대에서 더 강했다. 우완 투수 김서현(한화)이다. 성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국제대회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것. 한국이 치른 5경기 가운데 4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50㎞대 강력한 직구는 세계무대에서도 통했다. 여기에 특유의 무브먼트까지. 바라던 슈퍼라운드엔 오르지 못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김서현은 일찌감치 큰 주목을 받은 자원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150㎞ 중반의 빠른공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2022년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선 무려 164㎞짜리 강속구를 꽂아 넣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혹독한 적응기를 거쳤다. 데뷔 첫 해 20경기 22⅓이닝서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올해는 37경기 38⅓이닝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한층 나아진 모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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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포심의 경우 평균구속(스탯티즈 기준)이 2023시즌 152.6㎞, 2024시즌 150.2㎞에 달했다. 리그 최상위급 구속이다. 다만, 들쑥날쑥한 제구가 문제였다. 고정된 투구 폼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다 보니 커맨드가 흔들린 것. 지난해 26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30개의 사사구(볼넷 23개, 몸에 맞는 볼 7개)를 내줬다.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도 2가 넘어가다 보니(2.01) 타이트한 상황서 쓰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갔다.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투구 폼을 적극 활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도 적극 힘을 실어줬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 때부터 두터운 믿음을 드러냈다. 양상문 투수코치 역시 값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서현의 강점이 빛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안정감을 더해갔다. 한화 소속 선수 중 유일하게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얻었다. 김서현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한화는 내년 시즌 새 구장에서 새 마음으로 출발한다. 이미 화끈하게 지갑을 연 상황. 김서현 등 유망주들의 잠재력까지 터진다면 그토록 바라던 목표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대표팀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최근 연이은 국제대회에서의 고배로 고민이 깊어졌다. 확실한 강속구를 가진 김서현이 마운드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김서현에 대해 “프리미어12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20세 우완투수”라며 조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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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