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호텔로 복귀해 찾아가서 사과하겠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 소형준(KT 위즈)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두 번째 경기 쿠바전에서 구원 등판했다. 최종 성적 1⅔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8-4 승리에 힘을 보태며 승리 투수가 됐다.
위기 상황 소형준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대표팀이 6-0으로 앞선 5회초에서 선발 등판했던 곽빈이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에 처했다. 소형준은 그 뒤를 이어 출격. 후속 타자들을 제압하며 곽빈의 책임 주자를 지웠다.
소형준은 첫 타자 진 왈터스를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로엘 산토스를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으나 2사 2,3루에서 요안 몬카다에게 던진 직구가 빠졌고, 그대로 몬카다의 손목을 강타했다.
몬카다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트레이너와 아르만도 존슨 쿠바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몬카다의 몸 상태를 살폈으나 그는 더는 경기를 뛰지 못하며 교체 아웃됐다.
상대 선수가 다친 사구를 허용한 소형준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으나 2사 만루에서 쿠바 3번타자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를 좌익수 뜬공으로 세워 실점을 막아냈다.
흐름을 이어 6회초에도 마운드를 지킨 소형준. 볼넷 하나를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 뒤를 이어 등판한 곽도규가 요엘키스 기베르트를 스윙삼진으로 처리해 소형준의 실점은 올라가지 않았다.
소형준은 경기 뒤 자신의 사구 탓에 부상당한 몬카다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 좀 더 깊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사구로 이어졌다. (같은 숙소를 쓰기에) 호텔로 복귀해 찾아가서 사과하겠다. 자주 마주친다"라고 얘기했다.
이날 소형준의 투구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됐다. 6점 차 앞서 가고 있었지만, 소형준이 실점해 쿠바에 추격을 허용했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기 때문이다.
소형준은 "점수 차가 6점이라 주자를 내보내는 것보다 최대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했다. 아웃카운트를 잡으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소형준. 토미존서저리(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이후 완벽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올 시즌 막판 복귀에 성공했다. 아직은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투구 이닝과 투구수, 연투 등에 제약이 있는 상황.
소형준은 자신의 몸 상태에 관해 "(곽빈 형이 흔들리면서) 급하게 몸을 풀고 올라갔다. 만족할 투구 밸런스는 아니었다. 다음 등판 때는 더 좋은 밸런스로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투구수가 30개 안이라 크게 무리 되는 투구는 아니었다"라며 "우선 연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일(15일) 일어나서 컨디션 체크를 하겠다. 또 코치님과 트레이닝 파트와도 잘 상의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