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 국제 무대 경쟁력을 하나씩 증명해가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가 글로벌 무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야구장에서 치른 쿠바와의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홈런 2방 포함 4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한 김도영을 앞세워 8-4로 승리했다.

지난 13일 대만과의 1차전에서 3-6으로 아쉽게 패했던 대표팀은 이날 대회 첫 승을 신고하고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한 디딤돌을 쌓았다.

이날 경기는 김도영의 경기였다. 한국 야구 최고 타자의 자부심을 그대로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김도영은 2회 2사 만루에서 쿠바 선발 투수 모이넬로의 초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작렬했다.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김도영의 첫 홈런포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랜드슬램. 무엇보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모이넬로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결정타였기에 의미가 컸다.

기세가 오른 김도영은 7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김도영은 올시즌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과 함께, 정규시즌 141경기 출전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40도루를 기록하는 호타준족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OPS(출루율+장타율) 1.067,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7.34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고, 타율과 홈런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단연 1위였다.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다.

김도영은 이번 대회를 어떻게 마치느냐에 따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경기장에는 모이넬로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0여개 구단 스카우트가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할 만큼 능력이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모이넬로의 쇼케이스를 가로막은 건 김도영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표팀은 15일 숙적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날 경기 역시 세심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대로 향하는 김도영의 쇼케이스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