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다음 경기부터는 잘할 것이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두 번째 경기 쿠바전에서 8회초 구원 등판했다. 이날 최종 성적 0이닝 3피안타(2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8-4로 승리했지만, 김택연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이날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김택연은 대표팀이 8-1로 리드헀던 8회초 쿠바 타선을 봉쇄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가장 뛰어난 구위를 지닌 김택연과 박영현을 앞세워 경기를 끝내려 했으나 김택연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며 계획이 꼬였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아리엘 마르티네즈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요엘키스 기베르트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헌납해 8-3으로 추격당했다. 곧이어 라파엘 비날레스에게 솔로포까지 허용해 8-4까지 순식간에 간격이 좁혀졌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집중타를 맞는 김택연이었다.
쿠바 타선이 추격을 시작헀기에 대표팀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김택연을 대신해 정해영을 투입해 8회초를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프로 1년 차를 맞이한 김택연. 데뷔 첫해였던 올해 빼어난 투구를 앞세워 리그 최고 구원 투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정규시즌 60경기에 출전해 65이닝 던지는 동안 피홈런은 단 2개에 불과했는데, 이날 경기에만 2피홈런을 내줬다. 심지어 연속 타자 홈런이었다. 프로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쓴맛이다.
정해영에게 배턴을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김택연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많은 기대 속 오른 대표팀 데뷔전이었는데,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형들은 풀이 죽어 있던 투수조 막내 김택연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투수와 실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를 빠르게 털어내고 다시 한 번 위력적인 투구를 보일 수 있도록 준비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날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된 소형준은 경기 뒤 "정말 잘하는 선수인데, 첫 경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김)택연이한테도 얘기했지만, 맞을 걸 다 맞은 것이다. 내일(15일)부터 좀 더 편하고, 자신 있게 던지라는 얘기를 해줬다. 다음 경기부터는 잘할 것이다. 공이 정말 좋으니 자신감 잃지 않고 좋은 공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택연 이후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불을 끈 정해영 역시 후배를 향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택연이에게 '결과는 안 좋았지만, 이겼으니 괜찮다'라고 말해줬다. 다음 경기부터는 무조건 잘 던질 것이다. 그만큼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선수가 택연이 탓을 하지 않고, 격려해준다. 나도 응원한다"라며 "약간 아쉬워하고, 많이 분한 것 같았다. 팀원 모두 '내일 등판하게 된다면, 던져서 이기면 된다'라고 말해줬다"라고 얘기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 역시 김택연을 향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사령탑은 경기 뒤 "오늘(14일) (김)택연이가 홈런을 맞았지만, 내일도 믿고 중간 투수로 활용하겠다"라며 신뢰했다.
김택연은 대량 실점의 아픔을 털고 일어나 다음 경기 씩씩하게 제 공을 던질 수 있을까.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