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규 폭풍성장 이끈 ‘V12’ 원동력···남들은 실패한 美 단기유학, 우승팀 KIA는 무엇이 달랐나[스경x분석]

입력
2024.11.06 17:21


KIA는 지난해 말 투수 5명을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로 보냈다. 정해영, 곽도규, 황동하, 이의리, 윤영철까지 20대 초반 젊은 기대주들을 파견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시즌 구위 하락과 함께 마무리로서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받던 정해영은 구위와 자신감까지 되찾아 세이브왕(31세이브)을 차지하고 KIA 우승을 이끌었다. 좌완 곽도규는 풀타임 1군 첫시즌 필승계투조로 우뚝 섰고, 황동하는 부상 공백이 생긴 선발진에 합류해 KIA가 위기를 버티고 우승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6월에는 김기훈, 유승철, 김현수, 조대현이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 트레이닝센터에서 약 한 달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그 중 오랜 시간 유망주로 꼽혔지만 터지지 못한 김기훈과 유승철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기훈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돼 활약했다. 내년 이후 기대감은 다시 커졌다.

드라이브라인과 트레드 애슬레틱 파견은 일종의 해외 특별과외다. 둘 다 선수들의 신체 특징, 몸 상태, 투구 폼을 파악해 훈련법을 달리 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선수들도 효과를 봤다며 유명해져 국내에서도 바람이 불었다. 드라이브라인은 극적인 구속 증가를 끌어내고 트레드 애슬레틱은 좀 더 선수 개별 맞춤 훈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KBO리그에서도 그동안 여러 팀 많은 선수들이 구단 지원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경험했지만 극적인 효과를 봤다는 경우는 드물었던 이 해외 특별과외가 KIA에서는 결정적인 우승 동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받는다.



그동안 실패 사례 대부분이 부상으로 연결된다. 강도높은 훈련집중 그리고 휴식으로 진행되는 패턴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겠다는 의욕을 내다 부상으로 이어진다. 누구에게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철저하게 준비해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직접 센터를 방문해 조목조목 확인했던 심재학 KIA 단장은 당시 ‘어떤 선수를 보내야 성공 확률이 높은가’부터 물었다. 경험 많은 선수보다는 훈련 루틴이 자리잡기 전의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답을 받았고 선수를 선발했다.

심재학 단장은 “우리 데이터팀에 드라이브라인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 있다. 그동안 과정과 여러 부상 사례를 연구했다. 비시즌이기 때문에 가서 몸을 만들려다 부상이 온다. 가서 바로 헤비볼부터 던져도 되도록 몸 상태를 70~80%를 끌어올려놓고 가게 했다”고 말했다.

KIA는 함평 챌린저스필드에 애슬레틱 트레이닝 파트(AT)와 스트렝스 컨디션 파트(SC)로 트레이닝 파트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김잔 KIA 운영팀장은 “SC팀에서도 단순히 치료 재활을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매일 점검했다. 아침에 오자마자 제자리뛰기부터 신체지표를 측정해 매일 데이터를 쌓아왔다. 선수별로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어디까지인지 프로필을 다 정리하고 선수 몸에 대한 이해도를 구단이 갖고 있다. 센터에도 해당 선수들 자료를 다 보내고 설명한 뒤에 계획을 짜서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몇 년 동안 선수들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과 프런트가 논의해 파견 선수를 결정한 뒤 훈련을 위한 몸을 만들도록 준비시켰다.



KIA는 투자를 하면서도 단기적인 즉시 효과가 아니라 학습을 통한 지속적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만 보내지 않고 현장과 프런트의 대표자를 같이 파견한 것이 주효했다.

KIA는 지난해 12월 드라이브 라인에는 정재훈 투수코치와 이동걸 불펜코치를 같이 보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현장의 기술코치로서는 해외 특별과외가 반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코치는 이에 대한 포용과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가장 큰 효과를 낸 투수 곽도규는 “갔다와서도 시즌 내내 그 훈련 방식을 접목해서 팀 훈련을 했다. 한국에서 하는 훈련과 다른 점들이 정말 많은데 두 코치님이 그걸 다 존중해주셨고 같이 상의해 스케줄을 짰다. 그 훈련 스케줄을 꾸준히 잘 소화하라고 하셨다.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갔다와서도 계속 그 훈련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식야구와 좋은 베테랑 코치님들의 노하우가 섞여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에 있어서는 선수 개인의 의지와 노력, 응용력도 중요하다.

곽도규는 “개인적으로 드라이브라인에서 하는 플라이오볼(다양한 무게의 공으로 어깨와 팔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무거운 볼을 던져야 되기 때문에 나같이 매일 100% 몸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불펜 투수에게는 팔에 부담이 갈 거라 생각해서 나는 시즌 중에는 그 양을 드라이브라인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줄여서 응용해 훈련했다”며 “데이터를 보는 법도 배운 것 같다. 드라이브라인에서 커터를 만들어왔고 시즌 초반 우타자 상대하며 요긴하게 썼는데 중반에 회전 효율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버리고 커브 로케이션을 바꿔서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그 전에는 데이터 수치만 봤다면 그걸 보고 응용하는 법도 배웠다”고 말했다.

과거 데이터, 과학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던 KIA 구단은 최근 몇 년 사이 변화하려 노력 중이다. KIA는 구단 차원에서 미국 센터에서 배워온 것을 습득하고 ‘우리 방식’으로 접목해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선수들과 투수코치는 물론, 데이터 분석팀 직원과 트레이너, 전력분석 가능한 통역 직원을 드라이브라인에 이어 트레드 애슬레틱에도 같이 파견한 이유다.

김잔 팀장은 “동일한 직원들이 양쪽 센터를 다 봤기 때문에 그 차이를 해석하고 특장점을 뽑아낼 수 있다. 그 중 데이터 직원은 지금 퓨처스에 가 있다. 함평에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 것으로 만들고 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부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구단 스스로 최대치로 끌어올려 계속 좋은 선수를 양산하는 것이 KIA의 궁극적인 목표다. 일단 투자하고 효과를 봤고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심재학 단장은 “올해도 (파견을) 보내겠지만 데이터팀도 같이 계속 보내고 있다. 함평에 퍼포먼스랩을 차리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가서 배우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열의가 고맙다. 우리가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그 선수들을 미국에 보내지 않고도 구단 내부에서 직접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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