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파렴치한 야구계 선배 탓에 후배 선수들이 결국 아픔을 느끼게 됐다.
KBO는 4일 KBO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오재원에게 마약성 약물을 대리 처방해준 두산 김민혁, 김인태, 박계범, 박지훈, 안승한, 이승진, 장승현, 제환유 8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출장정지 징계는 피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8명의 선수 전원에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 행위]에 근거하여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를 결정했다.
앞서 해당 선수들을 포함한 14명은 오재원이 현역 시절이던 지난 202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6회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의 일종 스틸녹스와 자낙스 2,365정을 대리 처방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파렴치한 선배'다. 선수들이 야구를 더 잘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선배 지위를 악용해 선수들을 '절벽'으로 내몰았다.
검찰 당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야구계 선배로서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20대 초·중반의 어린 후배나 1, 2군을 오가는 선수 등에게 수면제를 처방받아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했다.
오재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해당 선수들은 자신들 명의로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건넸다. 이 과정에서 오재원이 일부 후배들에게 욕설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검찰 역시 반영했고, 선수들은 실형 선고가 아닌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KBO 역시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대리 처방의 행동을 제재하면서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선배 강압'을 인지했다.
KBO는 "선수들이 선배 선수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구단의 조치로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와 같이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수들은 내년 시즌 별 탈 없이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오재원의 강압, 오재원의 말 한마디에 무려 8명의 현역 선수가 '대리 처방' 꼬리표를 달게 됐다.
한때 '레전드'로 불렸던 오재원 탓에 여러 선수가 쓸쓸한 아픔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한국 야구에서 발생하면 안 된다. 대리 처방도, 선배의 강압 탓에 올바르지 않은 행동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KBO는 "KBO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 전원을 대상으로 약물 처방에 대한 관련한 철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구단의 선수 처방 내역 관리 등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재발 방지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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