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이제 스토브리그의 시간이 찾아왔다. 어김 없이 FA 시장도 '오픈' 준비를 마쳤다. 오는 5일이면 FA 권리를 행사하기로 결정한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고 이들은 6일부터 모든 구단들과 협상에 돌입한다.
올해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KT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28)이다. 엄상백은 올해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면서 29경기에 등판, 156⅔이닝을 던져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사실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FA 최대어'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5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엄상백은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19위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 4.93을 남긴 김광현(SSG)이 없었다면 최하위로 추락할 뻔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엄상백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최대어로 꼽힌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리그에서 희소성이 있는 20대 토종 선발투수라는 점이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20명. 그 가운데 토종 투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명이 전부다. 마침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엄상백은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내구성을 인정 받았다. 187cm의 큰 키에 시속 150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자랑하는 엄상백은 여전히 싱싱한 공을 던진다.
엄상백은 4월까지만 해도 1승 6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리그에 자동 투구추적 시스템(ABS)이 도입되면서 이를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 이후 회복세를 보인 엄상백은 지난 8월 10승 고지를 점령한 뒤 "이제 ABS에 적응을 마친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엄상백이 'B등급'을 받은 것도 크나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엄상백의 올해 연봉은 2억 5000만원. 따라서 타구단이 외부 영입을 나서도 연봉의 200% 또는 연봉의 100%와 보호선수 25명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내주면 된다. 확실히 A등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이번 FA 시장에서 엄상백과 함께 20대 토종 선발투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최원태(LG)는 A등급을 받았고 연봉도 4억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엄상백을 압도하는 투구 내용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두 선수의 기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보면 엄상백의 B등급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앞서 엄상백의 '절친'인 고영표가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것도 엄상백이 FA 최대어로 떠오른 주요한 이유가 됐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KT와 5년 총액 107억원에 사인, KT 창단 첫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만약 고영표가 비FA 다년계약 대신 FA 권리를 행사했다면 당연히 FA 최대어로 꼽혔을 것이다. 하지만 고영표가 빠르게 '퇴장'하면서 엄상백이 더욱 각광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KT가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것도 타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요소가 된다. KT는 이번 FA 시장에 엄상백 뿐 아니라 주전 유격수 심우준도 나온다. 둘 다 잡기 위해서는 많은 금액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만약 KT가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심우준을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이 커보인다. KT는 최근 SSG와의 트레이드로 좌완 선발 오원석을 영입하는 한편 내년 6월에는 우완투수 배제성이 상무에서 돌아오고 조이현, 원상현 등 선발 한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자원은 충분히 있다. 반면 노쇠화가 뚜렷한 내야진에서는 당장 심우준의 공백을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엄상백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인상적인 투구를 남기지 못했지만 FA 시장에서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과연 KT가 엄상백을 붙잡는데 얼마나 공을 들일지, 또 어떤 팀들이 엄상백 영입전에 달려들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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